3년6개월 만에 내수 시장 1위로
[ 도병욱 기자 ]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가 다시 ‘국민 차’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내수 시장에서 1만3376대가 팔렸다. 2015년 11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내수 시장 ‘베스트셀링카’ 자리로 복귀했다. 쏘나타는 2000년부터 11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한 대표 국민 차다. 쏘나타 판매량은 지난해부터 곤두박질쳤다. 작년 판매량은 6만5846대로 내수 7위에 머물렀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과 같은 회사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의 인기 등 때문이었다.
한동안 흔들리던 쏘나타의 위상을 다시 세운 건 지난 4월부터 판매된 8세대 모델이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과감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각종 신기술을 탑재해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신형 쏘나타는 누가 샀을까. 28일 현대차에 따르면 신형 쏘나타 구매 고객의 평균 연령은 46.4세다. 7세대(평균 48.2세) 고객보다 두 살가량 젊어졌다. 고객 중 20~30대 비중도 29.5%(7세대)에서 35.1%(8세대)로 늘었다. 반대로 50대 이상 비중은 47.0%에서 42.4%로 줄었다.
개인 고객 비중이 늘어난 것도 특징 중 하나다. 7세대 쏘나타는 개인 고객 비중이 67.0%였는데, 8세대 쏘나타는 71.2%다. 영업용 차량으로 쓰기 위해 쏘나타를 구매하는 비율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쏘나타가 업무용 차, 아저씨들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반면 신형 쏘나타는 젊은 층이 좋아하는 차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인기 비결 중 하나로 차량에 적용된 각종 신기술을 꼽았다. 8세대 쏘나타에는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가 적용됐다. 이 기능이 있으면 운전자는 자동차 열쇠를 지니고 다닐 필요가 없다. 지인(최대 3명·운전자 포함 4명)에게 스마트폰으로 디지털키를 전달하거나 회수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동차를 빌려줄 때 직접 만나 차 키를 건넬 필요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운전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차량 내 무선충전기에 올려놓으면 시동을 걸 수 있다. 신형 쏘나타 구매자 중 79.4%는 선택사양인 디지털키를 골랐다.
내장 주행영상 기록장치인 ‘빌트인 캠’도 인기를 얻고 있다. 빌트인 캠이 있으면 별도 장치 없이 주행영상을 기록할 수 있다. 룸미러 뒤쪽에 설치되기 때문에 운전자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차량 내 멀티미디어 기기나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도 있다. 빌트인 캠으로 녹화한 영상을 차량 내부에서 바로 확 할 수 있다. 쏘나타 구매자의 절반가량(48.3%)은 빌트인 캠을 선택했다.
차량 밖에서 원격으로 주차할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고른 비율도 52.3%에 달했다. 회사 관계자는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기술에 호기심이 많고, 새 기능을 더 폭넓게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신형 쏘나타에 적용된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감한 디자인도 쏘나타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신형 쏘나타는 기존 모델보다 전고(차체 높이)가 30㎜ 낮아졌고, 전장(차체 길이)은 45㎜ 늘었다. 스포츠카처럼 낮고 긴 형태다. 평소에는 크롬 재질의 선 장식으로 보이지만, 시동을 걸면 주간주행등으로 바뀌는 ‘히든라이팅 램프’도 신형 쏘나타에 처음 적용된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형 세단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는데 신형 쏘나타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며 “젊은 층을 겨냥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분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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