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가 일본인인 백진훈 일본 참의원 의원은 자신을 “하프(half)가 아니라 더블(double)”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하프’는 혼혈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절반씩 피가 섞였다는 뜻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백 의원은 그것을 두 가지 언어와 문화를 물려받았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더블’로 바꿔 표현한 것이다.
세계가 지구촌으로 묶이고, 인종과 문화가 융합되는 시대가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은 지 오래다. 2017년 전체 혼인 중 다문화 혼인 비중이 8.3%를 차지했다. 20년 뒤에는 다문화 가정 비율이 20%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헌율 전북 익산시장이 다문화 자녀를 ‘잡종강세(雜種强勢)’라고 지칭해 공분을 샀다. 잡종강세는 서로 다른 종의 결합으로 탄생한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우수한 성질을 갖는 현상이다. 농작물이나 가축에 쓰는 용어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그는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가 불 붙은 논란에 되레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혼혈인을 낮잡아 부르는 더 천박한 표현을 입에 담아서다.
글로벌 시대에 단일민족이나 단일문화라는 말은 더 이상 자부심의 표현이 아니다. 순혈주의에 젖은 사람들의 생각도 변해야 할 때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는 아버지와 어머니 양쪽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존재다. 향후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도 있다. 혼혈인을 두 배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양준영 논설위원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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