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 '꼼수' 논란

입력 2019-06-28 18:05   수정 2019-06-29 15:45

준공기한 맞추려 타당성조사 회피 의혹
불법 예산 전용도

대통령 선거 前 준공에 박차
행안부와 협의 없이 설계



[ 박진우 기자 ]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을 불법 전용하고 타당성조사를 회피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준공 시점을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2021년으로 잡아놓고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다. 총사업비 1040억원을 투입해 광화문광장을 현재의 3.7배 규모로 넓히는 ‘새 광화문광장’ 사업은 정부와 서울시 5 대 5 매칭 사업인 역사광장과 서울시 자체 재원 사업인 시민광장 조성 사업으로 구분된다.

사업비 500억원 미만 신청

2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번 추경예산안에 ‘광화문광장 도로정비’ 명목 예산으로 497억원을 책정했다. 명목은 광화문광장 도로정비지만 사실상 시민광장 조성 사업비다. 지난해 본예산심의 때 제출한 총사업비보다 200억원 늘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상 광장만 염두에 뒀던 기존 안과 달리 지난 3월 당선된 설계에 지하공간이 포함되면서 총사업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총공사비가 5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총사업비 산정 내역을 요구하자 서울시는 “아직 설계 단계여서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오세훈 전 시장이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한 2009년에도 사업비가 400억여원에서 780억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사업비를 500억원 미만으로 제출한 것은 타당성조사를 받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사업의 총 규모가 500억원이 넘어가면 사업성을 평가하는 행정안전부의 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도 “일단 타당성조사를 받지 않는 선에서 지하공간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총사업비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타당성조사를 피하려 특정 항목을 누락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행 지방재정투자심사규칙에 따르면 총사업비에는 지자체 소유 재산가치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시민광장으로 편입되는 세종대로의 공시지가는 130억원에 달한다. 규칙대로 세종대로 토지를 총사업비에 포함시키면 500억원이 훌쩍 넘어 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유재산(지자체 소유 재산)을 같은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 총사업비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종대로와 시민광장을 같은 용도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다른 예산 가져다 설계비로 전용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하는 것은 불과 10년 만이다.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대대적인 구조 변화를 거쳤다. 그런데 서울시는 지난 4월 새 광화문광장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연말에 시의회에 예산을 요청했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민광장 설계비와 감리비를 전액 삭감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70%에 달하는 응답자가 “현재 광화문광장에 만족한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서울시는 4월 다른 예산을 가져다 시민광장 설계비로 집행했다. 국비사업인 역사광장 설계비 8억원을 시민광장 설계비로 집행한 것이다. 시의회의 항의를 받고 결국 사과까지 했다.

정부서울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와 협의를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에 착수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가 계획대로 역사광장 인근 우회도로를 조성하려면 서울청사 담장과 청사출입관리소 등 안전시설을 비롯한 건물 4개 동을 허물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우회도로가 그 방면으로 지나간다는 큰 틀에선 합의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합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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