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수익 연 3% 밑돌고
상승여력 없다면 보유 여부 재고해야
[ 임현우 기자 ]
“여러 고객을 만나보면 ‘의미 없는 부동산’을 계속 갖고 있으면서 만만찮은 보유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상속이나 증여를 고려하기보다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하는 것이 이득인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NH농협생명에서 고액자산가 대상 교육·컨설팅을 맡고 있는 조시현 FA(Financial Adviser)센터 차장(사진)은 “자산가 사이에 요즘 뜨거운 이슈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지가의 일정 부분을 과세표준에 반영하는 비율)이 높아져 보유세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은퇴 이후 정기적인 소득이 충분치 않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농협생명 FA센터는 우량고객(VIP)이 은퇴, 상속, 증여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생애 전반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전담조직이다.
“세금만 나가는 부동산 정리하라”
조 차장은 “향후 가치 상승이 예상되거나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동산인데도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것이라서’ 혹은 ‘내 자산에 대한 통제권을 놓기 싫어서’와 같은 이유로 쉽게 처분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상담한 고객 중에는 매달 손에 들어오는 현금이 300만원이 채 안 되면서 재산세를 연 1800만원씩 내느라 고민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의미 없는 부동산’의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 조 차장은 “통상 건물이나 상가를 기준으로 볼 때 임대 수익률이 연 3% 미만이고, 입지상 가격 상승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정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했다. 또 “그런 매물은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가격을 다소 낮추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라”고 강조했다. 토지는 전체를 정리하기 부담스럽다면 지분 증여 등을 통해 세 부담을 최대한 분산할 것을 조언했다.
수익성 낮은 부동산의 빠른 처분을 권하는 건 단순히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했다. 과세당국의 현미경 감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진짜 부자’들만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최근엔 지방 소도시에 10억원 안팎의 상가 한 채만 갖고 있는 사람도 통지서를 받고 당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조 차장은 “과세당국의 집중 관리대상에 오르면 향후 증여나 소규모 양도 때도 타깃이 될 수 있다”며 “작은 실수 등으로 예상치 못한 부담을 지게 된다면 은퇴자 등에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로 현금흐름 만들어야”
“베이비부머 세대의 희망사항은 ‘은퇴 후엔 상가 하나 갖고 임대수익으로 살고 싶다’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은 상권마다 상황이 극과 극이고, 임대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일이 관리하는 것도 골치 아픈 일이고요.”
조 차장은 “불필요한 부동산을 처분한 이후에는 금융자산으로 갈아타길 꾸준히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 자산가들은 금융자산 비중이 평균 60% 선에 이르지만 한국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편중 현상이 유독 심하다. 그는 해외 주식과 채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을 권했다.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어 생활비 마련에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조 차장은 “해외 주식은 국내 주식과 달리 분기마다 또는 매달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품도 많다”며 “은퇴자가 편안하게 인생 이모작을 즐기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생활비를 마련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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