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김선정
4, 5일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유태인 성악가 블라우 삶 다뤄
[ 윤정현 기자 ] “연극 무대에 올려지는 모노드라마(1인극)는 많지만 성악가가 무대에 서는 1인 음악극은 한국에선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독일에서 유학할 때 쉽게 볼 수 있는 형식이었기에 ‘처음’이란 게 오히려 의외였습니다.”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씨가 지난해에 이어 국내에서 보기 드문 1인 음악극 무대에 다시 선다. 오는 4,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구텐 아벤트(Guten Abend)’다. 공연명인 ‘구텐 아벤트’는 독일어 저녁 인사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김씨를 30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에는 소개된 적이 없는 독일 음악들을 들려주고 싶어 이야기를 입혔다”며 “대사를 처리하기에도 음역대가 맞아 메조소프라노가 하기에 적격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화예고 재학 중 독일로 떠난 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함부르크 국립음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엔 1996년 체코 프라하극장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케루비노 역으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뒤 유럽에서 푸치니, 베르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오페라에서 주역을 맡았다. 한국에선 2000년 윤이상의 ‘심청’으로 데뷔했고,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멘’ ‘보체크’ ‘신데렐라’, 성남시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 ‘탄호이저’ 등 수많은 오페라 무대의 주역으로 섰다.
1인 음악극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지난해 지휘자 구자범 씨와 함께 자신의 독창회를 준비하면서다. 지난해 8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단 한 번 열린 공연에 감동한 관객들이 ‘한 번으로 끝내기엔 아까운 공연’이라며 후원회를 만들면서 다시 무대에 올릴 기회가 찾아왔다. 후원회는 제작비를 모으고 좋은 공연을 알리자며 버스 광고까지 냈다. 이번엔 서울에서 2회 공연을 한 뒤 오는 11일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도 찾아간다.
공연은 제2차 세계대전 나치 점령기, 유태계 성악가 롤라 블라우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간다. 1950~1960년대 풍자적이고 희화적인 노래를 작곡한 게오르그 크라이슬러의 곡들을 중심으로 빌리 콜로, 대니 아슈케나지, 에두아르트 퀴네케의 곡을 섞어 구성했다. 김씨는 “상황에 맞게 클래식한 성악 창법뿐 아니라 재즈 발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며 “독일어로 불러 어감을 그대로 살리되 스크린을 통한 한국어 자막으로 의미를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대 연출은 물론 조명과 소품까지 그가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극을 각색하고 편곡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공연에서도 피아노 반주를 맡은 구씨다. 극 중 주인공의 이름 속 ‘블라우(파란색)’라는 단어에 착안해 붙인 ‘파란한 삶, 파아란 노래’라는 부제도 그의 작품이다. 구씨와는 2012년 그가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있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 3번의 솔리스트로 협연하면서 만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약했던 구씨는 엄청난 연습으로 완벽할 때까지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김씨는 “작품의 완성도가 최우선으로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며 “함께하는 사람은 힘들지라도 작품의 완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공연을 준비할 때와 비교하면 연습에도 다섯 배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하다”며 “그것을 이끌어내는 것도 구씨의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홀로 무대에 올라 부르는 곡은 모두 열여덟 곡에 이른다. 중간 휴식시간 없이 80분 동안 공연한다.
“지난해 공연 중 객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보고 뭉클했습니다. 교차하는 희망과 좌절,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비로소 마주하는 삶의 진실에 ‘나도 저랬지’ ‘내 이야기네’ 하고 공감하고 위안받을 수 있는 무대가 됐으면 합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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