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투기' 인식 바꿔
"돈세탁 부작용 규제는 필요"
[ 설지연 기자 ] 가상화폐가 글로벌 금융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한 국제결제은행(BIS)이 세계 중앙은행들에 “예상보다 빨리 디지털 통화를 발행해야 할 수도 있다”며 대비를 촉구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6월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별 통화의 디지털 버전을 만들려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계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BIS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내놓을 가상화폐가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IS를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에선 그동안 가상화폐를 대부분 투기적 금융상품으로 간주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이런 다양한 통화시장 발전이 중앙은행이 추후 안정적인 디지털 통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상화폐가 도입되면 데이터와 개인정보 등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가상화폐가 돈세탁에 이용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사람들이 은행이나 IT 기업들이 제공하는 전자지갑을 더 사용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새로운 가상화폐 ‘리브라’를 통해 내년부터 결제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자 각국 중앙은행과 정치권에서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존 금융권에선 IT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앞세워 금융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면 금융 안정성, 시장 경쟁 등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리브라가 출시되면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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