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갑 기자 ]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는 전통적인 회화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원색을 대담하게 병렬 배치하거나, 보색 관계를 교묘히 활용해 개성을 지닌 예술을 구축했다. 그는 평생 ‘화가는 어린아이가 사물을 처음 바라보는 것처럼 대상을 응시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20세기 회화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야수파(포비즘)는 마티스의 이런 혁신적 사고와 섬세한 촉수에서 태어났다.
마티스가 1908년 시작해 5년 만에 완성한 2m 크기의 ‘대화’는 색채의 묘미를 보여주는 포비즘 예술의 수작이다. 하얀 줄무늬의 청색 옷을 입고 서 있는 남성과 검은색 옷을 걸치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을 미니멀한 형태로 묘사했다. 남성은 창밖의 나무처럼 뻣뻣하게 선 채로, 여자는 창밖의 샘물처럼 일부분이 잘려나간 듯 불안한 상태에서 서로 흐려진 눈빛을 주고받는다. 3차원 원근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색채언어의 무한한 잠재력에 집중했다. 화면의 바탕과 여인이 앉아 있는 의자를 청색으로 채색해 공간뿐 아니라 감성조차 차갑게 묘사했다.
창틀 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랑스어 ‘NON(안돼)’이란 글자가 보인다. 음침한 실내를 벗어나 창밖은 녹색과 붉은 기운으로 꾸며 비교적 온화하게 연출했다. 마티스는 아마도 남녀 사이의 대화가 붉은 꽃과 녹색 나무가 어우러지는 창밖의 풍경처럼 바뀌기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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