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의 빈약한 M&A 주관 이력도 도마.."시작부터 자기패만 보여줘"
"선제적 구조조정 위한 매각" 웅진 설명과 달리 IB업계는 '채권단 M&A'로 인식
≪이 기사는 07월01일(17: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웅진코웨이의 매각증권사 한국투자증권을 놓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 ‘고객사인 웅진그룹과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자격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한국투자증권을 웅진코웨이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주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10여곳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보내 공식적으로 매각작업을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후보들에게 “연말까지 매각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 거래의 최대 채권자다. 지난 3월말 웅진그룹이 코웨이를 6년 만에 재인수했을 때 전체 인수금액(약 2원)의 80%인 1조6000억원을 인수금융(M&A 인수자금 대출)과 전환사채(CB) 인수 방식으로 빌려줬다.
최대 채권자인 만큼 한국투자증권은 최대한 빨리 비싼 값에 웅진코웨이를 팔아야 하는 웅진그룹과 이해관계가 일치해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은 전혀 다르다. ‘비싼 가격’에 대한 이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코웨이가 1조7000억원 이상에만 팔리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 대출금에 이자비용과 수수료를 합한 금액이다. 반면 코웨이를 인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빌린 돈 2000억원 이상을 갚아야 하는 웅진그룹은 2조원 이상을 못 받으면 그룹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문제는 인수후보들이 최종 인수가격으로 1조7000억원 안팎을 제시했을 때다. 거래를 빨리 마무리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M&A 자문 수수료까지 챙기려는 한국투자증권과 어떻게든 가격을 더 받아야 하는 웅진그룹의 이해가 정면으로 상충하는 것이다.
빈약한 M&A 자문이력도 IB업계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다. 한국투자증권은 상장(IPO) 주관은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면 M&A 주관은 이력이 전무하다시피하다. 마켓인사이트가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한국투자증권이 자문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거래)는 총 12건. 대부분은 한국투자증권이 채권단이거나 관계회사인 동원그룹 관련 거래다. 단독으로 M&A를 자문한 사례는 2017년 거래금액이 418억원이었던 자동차 부품사 캐프 매각 정도다. 그나마 하나금융투자와 공동 자문이었다.
시작부터 웅진그룹이 매각을 결정한 지 1주일도 안돼 다수의 외국계 PEF들에 투자안내문을 보낸 것을 두고 한국투자증권의 전략부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IB 관계자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유력 인수후보 1~2곳을 대상으로 최대한 비밀리에 거래를 끌고가는게 정석”이라며 “외국계 PE 12곳을 대상으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함에 따라 매각측이 얼마나 다급한 지 자기 패만 노출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한계 기업을 채권단 주도로 M&A할 때 채권단의 계열 증권사가 매각주관사를 맡는다. 2015년 대한전선을 매각할 때 매각주관사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의 계열 증권사 하나대투증권이었다. 산업은행 구조조정 매물도 산업은행 M&A실이 주관한다.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을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자발적인 매각”이라고 설명하는 것과 달리 IB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이 사실상의 담보권을 행사해서 매물로 나온 채권단 M&A로 보는 이유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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