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잡은 물고기?…일본에만 돈 쏟아붓는 네이버

입력 2019-07-02 10:50   수정 2019-07-02 11:01

일본 라인페이 고객에 수천억 혜택…네이버페이는 '푸대접'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간편결제사업을 하고 있는 네이버가 일본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라인페이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다. 그러나 이미 선두권에 진입한 네이버페이 고객에 대한 혜택은 적어 한국 고객을 차별하고 있다는 논란이 나온다.

2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은 지난 5월 20일부터 29일까지 총 300억엔(약 3200억원) 규모의 '라인페이 보너스' 지급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친구에게 1000엔(1만800원)의 라인페이를 무료로 보내는 행사다. 라인페이 보너스를 받은 사람은 지난달 30일까지 라인페이 계좌를 개설하면 이를 가맹점을 통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라인페이 보너스는 이미 모두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 따른 비용 지출은 라인페이 보너스를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수령했느냐에 달렸다. 라인 측은 라인페이 보너스의 수령률을 밝히지 않았다.


또 올 3월과 6월에 걸쳐 라인페이 결제액의 20%를 환급해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라인페이의 고객들에게 수천억원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네이버페이의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다. 네이버페이포인트 충전 시 1~2% 적립해주는 행사와 매달 목표(구매액 및 구매횟수 등) 달성 시 구매 확정 금액의 1% 지급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라인은 2021년까지 라인페이 가맹점에 결제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네이버페이는 가맹점에 신용카드 3.74%, 휴대폰 3.85%, 무통장입금 1%(최대 275원) 등 평균 2%대의 결제수수료를 받고 있다. 월 거래액이 500만원 미만인 초기 창업자에게만 1년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네이버페이 가맹점수가 올 1분기 기준 약 28만개, 라인페이 가맹점은 160만개다. 라인페이의 1분기 총거래액(GMV)은 2520억엔(2조7000억원), 네이버페이는 3조6000억원이었다.

라인은 라인페이를 포함한 전략사업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600억엔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600억엔의 대부분이 라인페이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라인의 전략사업 투자액 350억엔 중 200억엔이 라인페이 관련이었고, 올해도 다양한 행사를 통해 마케팅비용을 크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라인페이 고객이 받는 혜택은 많아진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주도권 경쟁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간편결제시장을 잡느라 한국 고객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은 네이버의 자회사지만 별개의 법인으로, 네이버와 관계없이 일본 시장의 환경과 라인의 상황에 맞게 마케팅을 직접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페이와 네이버페이 이벤트를 동일한 잣대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정보기술(IT) 기반의 간편결제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않아 다소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다른 곳과 비교해 혜택이 미흡하다고 고객들이 느낀다면 사업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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