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3% 성장·실업률 3.6%로
내년까지 확장세 이어질 듯
[ 김현석 기자 ] 미국의 경기 확장이 이달로 121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완화적 통화정책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감세, 규제 완화 등이 미국 경기를 11년째 호황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2009년 6월 시작된 미국의 경기 확장세가 1일(현지시간) 121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이는 1991년 3월~2001년 3월에 세운 기존 최장 기록인 120개월을 넘어선 것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오늘로 미국 경제는 가장 긴 경기 확장 역사를 세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연 3% 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 증시 신기록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이란 위기 등 각종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경제학자가 내년까지는 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기 확장은 경기순환곡선 저점에서 고점, 즉 회복기에서 호황기까지를 가르킨다.
이번 경기 확장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10년간 미국 경제는 연평균 2.3% 성장했으며, 120개월 동안 미국의 GDP는 15조1000억달러에서 19조달러 이상으로 26% 커졌다. 2009년 6월 당시 10%를 넘었던 실업률은 1969년 이후 최저인 3.6%로 떨어졌다.
최근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란 위기 등 각종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신규 고용 인원은 지난달 7만5000명으로 감소했다. ‘침체 신호’로 여겨지는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수익률 역전도 이어지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은 2008년 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에선 10년 이상 된 경기 확장이 유지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경기 사이클이 막바지에 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확장기의 특징은 지난 10년 연평균 성장률이 2.3%에 불과해 다른 때보다 낮다는 점이다. 1991~2001년 성장률은 연평균 3.6%였으며, 2차 대전 이후 경기 확장기의 평균은 4.3% 수준이다. 침체를 부를 수 있는 과열이나 버블이 없다는 얘기다. 아나톨레 카를레스키 게이브칼드라고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확장이 오래 되면 꺾인다는 생각은 경험적·이론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호주의 경기 확장은 올해 28년째를 맞았으며, 영국은 1992~2008년 17년간 중단 없는 성장을 경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제학자들은 향후 12개월 안에 침체가 올 확률을 30.1%로 추산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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