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선 장기적 게임산업 발전 없다"
넥슨은 최근 올 하반기 선보일 신작 게임 7종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국내에 출시할 '순수 신작'은 정작 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기존 온라인 게임의 지적 재산권(IP)을 활용해 모바일 버전으로 만든 케이스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3대 게임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게임업체들이 '무늬만 신작'을 줄줄이 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핫이슈인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질병 게임코드 분류 못지않게 게임업계에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새로운 게임 개발은 뒷전이고 흥행이 보증된 기존 IP를 활용하는 게임 출시가 두드러진다.
넥슨의 경우 하반기에 '바람의 나라'(1996년) '메이플스토리' '테일즈위버'(이상 2003년)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선보인다. 이들 게임은 출시된 지 10년도 넘은 넥슨의 대표작들이다. 넥슨이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정말 새롭게 개발한 게임은 얼마 없었다는 얘기다.
넷마블, 엔씨소프트도 기존 게임 IP를 우려먹는다는 일각의 비판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자사 대표작 '리니지'(1998년) IP를 활용해 리니지2(2003년), 리니지 레드나이츠(2016년), 리니지M(2017년) 등을 내놓아 일부 이용자들 빈축을 샀다. 넷마블도 '캐치마인드'(2007년) '세븐나이츠'(2014년) 등의 기존 IP를 활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기적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게임 개발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도 했다.
업계가 기존 게임 IP에 집착하는 것은 흥행 보증수표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이라 유저들 사이에서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을 뿐더러 게임 이해 등 진입장벽이 낮아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러나 게임회사가 새로운 게임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는 정도가 지나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은 유저들이 기존 게임에 대한 향수로 유저들이 익숙한 게임을 찾겠지만, 신규 IP로 무장한 중국산 게임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자칫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지 않는 것은 게임업계가 보수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게임사가 수익 위주로 게임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큰 게임회사들은 눈앞 수익만 좇을 게 아니라 신규 IP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고 짚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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