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집값 바닥론과 정부의 과잉 대응

입력 2019-07-03 17:44   수정 2019-07-11 11:00

박영신 한경부동산연구소장 겸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한여름 부동산 비수기에 뜬금없이 ‘주택시장 규제 경고’가 떴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8개월 가까이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꿈틀 조짐’을 보이면서 ‘집값 바닥론’과 함께 ‘하반기 주택가격 상승 전망’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생각하는 정부로서는 그냥 지나치기 불편했던 모양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한 토론회에서 “최근 서울 집값에 이상 징후가 감지돼 주시하고 있으며, 과열 조짐이 보이면 준비 중인 정책을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 시세가 최근 3주간 오름세를 기록한 데다 이를 둘러싸고 부동산시장에 집값 바닥론 등이 떠도는 데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상승 탄력 힘들 것" 전망 우세

정부 반응에는 하반기 집값 불안 요인에 대한 경계도 숨어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각종 공공개발사업에 따른 토지보상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하반기 10조원, 내년 40조원으로 예상되는 토지보상금은 한번 풀리면 집값 상승 재료로 작동한다.

집값 바닥론은 이들 유동자금과 투자자들을 주택시장으로 유인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집값 바닥론의 요지는 부동산 규제로 한동안 위축됐던 부동산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금리 인하·재건축 재개발 확대·매물 부족 등의 상황과 어우러지면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 집값은 경기 불황·대출규제·과세 강화 등의 악재로 상승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정부는 국지적 집값 동향에 과잉 대응하기보다 지속되는 ‘집값 잡기 정책’으로 건설·부동산산업계 전반에 드리운 그늘을 살피고 제거하는 데 공을 들이면 좋을 것 같다. 예컨대 주거 이외의 상업용 부동산(오피스·오피스텔·상가·리조트·복합단지 등)은 침체 여부를 살펴 개발·거래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과 각종 개발사업의 투자행위를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듯한, 후진적인 정책 분위기를 걷어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미지와 분위기다. 집값 동향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집값 잡기 정책의 강박을 줄일 수 있다.

'집값 안정 후유증' 주목해야

특히 서울 집값을 보는 관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국제적 메가시티여서 지역 특수성이 다른 도시와는 크게 다르다. 주택도 항상 부족한 이른바 ‘상시 수급불균형’ 상태다. 이 때문에 가격 변동성도 강하고, 지역 내 ‘국지적 변동성’이 크다. 강남권과 비강남권 간 가격 동향이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집값과 매매를 무리하게 억누르기보다 ‘가격 변동성’과 ‘주택 부족난’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유연한 정책을 펼치는 게 합리적이다. 주택 부족 현상은 도심·역세권 고밀개발 허용, 재건축·재개발 확대, 도시재생 활성화 등 적극적인 개발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도시경쟁력도 높이고, 개발이익에 따른 세수 증대로 서민층 공공주택도 확대할 수 있다. 또 개발사업이 활성화되면 단기간 집값이 오른다. 이를 경계하면 개발이 멈춰서고, 주택 공급이 막혀 집값 불안이 일상화된다.

서울 집값 안정은 외곽의 신도시 개발과 도심 개발정책 병행이 최선일 수 있다. 정부는 이제 ‘집값 안정 집착’보다 건설·부동산산업, 도시개발 등에 종합적으로 접근해봤으면 한다. 집값 안정기인 이때가 적기일지 모른다.

yspar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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