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미국인 이노베이터가 가장 많은 건 올해도 여전하다. 모두 12명이나 된다. 그다음으로 중국인(6명)이다. 미국 국적 중국인을 포함하면 8명이나 된다. 이전에 평균 3~4명 정도의 중국인 과학자가 있었지만 계속 증가 추세다.
올해는 그동안 젊은 이노베이터를 배출했던 독일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의 혁신가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눈에 띈다. 오히려 에티오피아 가나 등 아프리카 출신은 물론 아제르바이잔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이란 등 다양한 국가의 젊은 혁신가도 이름을 올렸다.
에티오피아 출신 젊은 연구자 레디에트 아베베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54개 아프리카 국가의 전체 건강관리 정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가나 출신 이삭 세시는 아프리카 곡물 오염을 막도록 토양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중국인이 늘어난 것은 AI와 무관하지 않다. AI와 신소재를 결합하고, AI에 생명공학을 접목하며, AI를 응용한 미세로봇을 개발하는 등 그야말로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프런티어 기술에 중국인들이 나서고 있다.
디지털 사회가 진전되고 AI가 각종 산업에 응용되면서 산업 단계 발전론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옛날 일본 학자들이 말했던, 대장 기러기가 이끌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안행형 모델은 철 지난 지 오래다. 오히려 모든 국가가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병주형(竝走型) 모델이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다. 모바일 스마트폰은 아프리카 나라가 모두 쓰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선 빅데이터 연구가 열기라고 한다. 중국이 이런 선상에서 먼저 도약한다.
MIT의 젊은 이노베이터 35명도 이런 분위기 속에 움직인다. 젊은 연구진과 이노베이터들이 글로벌 관점에서 평평해지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선행된 모델을 찾기 힘들다. AI 관점에선 추격형 전략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모든 국가와 모든 연구진이 동일선상에 놓여있다. 졸면 바로 낭떠러지다. 올해도 한국의 젊은 연구자들은 MIT 35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금 한국의 과학기술은 어느 선상에 서 있는지.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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