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장관·프로농구 총재 등
역임한 한국 스포츠 산 증인
[ 조희찬 기자 ] “이 나이에 확신이 없었다면 맡지도 않았겠죠. 허허.”
김영수 프로당구협회(PBA) 총재(77·사진)가 자신감을 넘어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지난달 사상 첫 프로당구대회 PBA투어 개막전인 파나소닉오픈을 치른 그를 최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총재는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운영 면에서도 큰 사고 없이 잘 치러냈다는 점을 스스로 높게 평가하고 싶다”며 “세트제 시행에 따른 박진감 등 프로당구 콘텐츠로서 손색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다”고 자평했다.
기대와 우려 속에 막을 올린 PBA투어는 예정대로 지상파 MBC와 스포츠 전문 채널 SBS스포츠, 빌리어즈TV 등을 통해 전파를 탔다. 새로운 경기 방식인 뉴 뱅킹 시스템(2점제)과 세트제 도입 등은 팬들은 물론 선수들에게서도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 총재는 “다양한 중계채널을 통해 매일 경기를 중계한 만큼 스폰서 노출 효과를 입증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총재는 문화체육부 장관, 한국프로농구연맹(KBL) 총재, 2014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 등을 지내 ‘한국 스포츠의 산 증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김 총재는 “장관 시절 당시 프로가 출범하려면 문화체육부의 승인이 필요했고 KBL도 많은 부침을 겪었다. 그 과정을 전부 봐왔기 때문에 얼마나 어려운지도 잘 안다”며 “1000만 동호인 인구와 2만여 개의 당구장 등을 가진 당구계 활성화를 위해선 프로화가 필수 요소라고 생각했다”고 총재직 수락 배경을 전했다.
PBA와 대한당구연맹(KBF) 간 불협화음은 김 총재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KBF는 ‘PBA 및 트라이아웃 출전 선수의 연맹 대회 출전을 불허’하는 등의 초강수로 PBA와 맞서고 있다. 당구계는 KBL 등의 중흥을 이끈 김 총재가 꼬인 매듭을 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은 필수”라며 “프로 무대를 꾸미는 선수들은 아마추어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 뿌리를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나소닉오픈으로 성공적인 첫 걸음을 뗀 PBA투어는 오는 22일부터 닷새간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시즌 두 번째 대회 ‘신한금융투자 PBA/LPBA챔피언십’을 개최한다. 개막전이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잠실로 대회장을 옮긴 만큼 주목도도 올라갈 것으로 PBA는 기대하고 있다. 개막전 우승자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와 벨기에 월드컵 우승자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 등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김 총재는 “주로 당구 테이블 생산 업체나 용품 업체들이던 후원사가 금융회사와 대기업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며 “2020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스폰서십, 향후 5년 안에 30개 대회가 열릴 수 있는 시장으로 키워 당구산업 활성화에 앞장서는 단체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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