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막혀 어렵게 따낸 수주 날릴 판"

입력 2019-07-04 17:32   수정 2019-07-05 02:49

車부품사 자금난 심화

"투자 위한 '돈줄'은 풀어줘야
특별보증·대출한도 확대 절실"



[ 장창민 기자 ] 자동차 차체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S사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인 BMW와 재규어랜드로버에 납품하는 강소기업이다.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 시장에서 거둔다. 납품 계약을 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관련 투자를 한다. 6개월~1년간 납품을 하면서 돈을 벌고 은행 빚도 갚아왔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위기 장기화로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해외 수주를 따내도 대출이 막혀 관련 투자를 제대로 못하는 지경이 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를 할 때마다 통상 100억원가량 대출을 받아 투자했는데, 은행들이 대출 조건을 강화하면서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렵게 됐다”며 “투자를 위한 대출만이라도 길을 터달라”고 하소연했다. 4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산업회관에서 열린 ‘제3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에서 터져나온 호소다.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 8800여 곳 중 상당수 업체가 S사와 비슷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 ‘완성차업계 판매 부진→공장 가동률 하락→영업이익 급감 또는 적자 전환→금융권의 대출 회수 및 신규 대출 중단→자금난’이란 악순환 굴레에 갇혔다.

부품업계는 올 하반기 최대 고비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공장을 돌릴 운영비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작년 하반기부터 어음 할인 및 기존 대출 상환 만기 연장 등을 거부하면서 사채 시장까지 기웃거려야 할 판이다. 몇몇 시중은행은 자동차 부품사를 아예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해 거래 자체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한 부품사 대표는 “사장이나 재무담당 임원이 직접 나서 은행을 돌아다녀도 돈을 꾸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득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지난해 정부가 부품업계에 3조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장에 가면 그 돈이 보이지 않는다”며 “은행 본사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으니 지점에서 대출을 해주겠느냐”고 꼬집었다. 김보수 중견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일시적 자금난에 직면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특별보증과 획기적 대출 한도 확대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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