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구자열·김승호 회장도
각국의 주한 명예영사로 활동
[ 설지연 기자 ] “주한 명예영사의 80%를 기업인이 맡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등으로 세계 교역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명예영사들은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춰 경제 활동을 늘려나갈 방법을 적극 찾을 겁니다.”
지난 1일 취임한 양인모 주한 명예영사단 신임 단장(79·전 삼성엔지니어링 부회장·사진)은 4일 인터뷰에서 2년 임기 동안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양 단장은 2007년부터 12년째 서울에서 크로아티아 명예총영사를 맡아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열린 주한 명예영사단 정기총회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제6대 단장에 올랐다.
주한 명예영사단은 국내에 있는 명예영사들의 모임으로, 1972년 창설된 외교부 인가 단체다. 명예영사는 임명국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내에 있는 임명국 국민의 신변을 보호하고 비자를 발급하는 등 영사 업무를 주로 한다. 임명국과 한국의 경제·문화 교류 등에도 힘쓰고 있다. 외교사절의 직무와 권한을 규정하는 빈협약에 따라 직업 외교관에 준하는 권리를 갖는다. 한국에선 102개국 정부가 임명한 137명의 명예영사가 활동하고 있다.
명예영사 중에는 교수 또는 의사, 변호사 등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브라질), 유승필 유유제약 회장(아이티), 구자열 LS그룹 회장(베트남),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투발루) 등 재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양 단장은 지난해까지 한국에 대사관을 따로 두지 않은 크로아티아 정부를 대신해 서울에서 주한 크로아티아 대사 역할을 대신했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한국과의 관광, 무역 등 교류가 늘어나자 지난해 10월 대사관을 개관하고 대사도 임명했다. 그는 “처음 영사직을 맡았던 2007년만 해도 크로아티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9000~1만 명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47만 명으로 늘어났다”며 “그 사이 크로아티아가 TV 방송 등을 통해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작년엔 인천~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직항 정기 노선도 생겼다”고 전했다.
양 단장은 137명의 주한 명예영사를 대표하는 단장으로서 “2021년 열리는 세계 명예영사단 총연맹 대회를 잘 치러내는 일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세계 명예영사단 총연맹은 3년에 한 번 세계 각국을 돌며 모임을 열고 있다. 각국 명예영사를 포함한 1000여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큰 행사다.
그는 “명예영사의 공공외교 활동이 국익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며 “시대에 맞는 공공외교 활동을 발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 단장은 1966년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을 거쳐 뉴욕지사장, 독일지점장, 삼성물산 부사장,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와 부회장을 지냈으며 2004년 퇴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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