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서다/여서다/에서다'를 많이 쓴다.
이는 좀 더 구어체적인 표현이며 문법적으로도 틀리지 않는다.
[ 홍성호 기자 ]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글쓰기는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워주는 훌륭한 도구다. 바꿔 말하면 모든 글은 논리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사고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글쓰기에서 이런 과정은 어휘 선택에서부터 문장 구성, 문장들의 전개 과정 등 하위요소들을 통해 드러난다.
인과관계 따져 엄격히 써야 효과적
그중에서도 대놓고 이 논리성을 요구하는 게 있다. 인과관계 표현이 그것이다. 대표적인 게 ‘때문이다’ 구문이다. ‘탓이다/덕분이다/여서다’ 같은 서술 용법도 같은 범주에 있는 말들이다. ‘덕분’(긍정 의미)과 ‘탓’(부정 의미)의 쓰임새를 달리 하는 것은 어휘적 차원에서의 구별이다. 문장론적 차원에서는 문장의 구성과 전개 과정에서 인과관계 구문의 성립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이들을 자칫 남발하다 보면 글의 흐름을 어색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보자.
“국내 기업의 ‘탈(脫)한국’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 해외에 둥지를 트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찬찬히 읽다 보면 ‘늘고 있기 때문이다’에서 글의 흐름이 걸릴 것이다. ‘때문이다’는 어떤 일의 원인이나 까닭을 나타내는 말이다. 앞에서 ‘탈한국 가속화’를 언급했으면 뒤에 그 원인이나 배경이 나와야 자연스럽다. ‘해외에 둥지를 트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것은 ‘탈한국 가속화’를 달리 표현한 것일 뿐 같은 얘기다.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 설명한 것이다. 서술어를 ‘늘고 있다’로 쓰면 충분하다.
인과관계 구문은 엄격히 써야 한다. 논리적 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라 잘 쓰면 글의 타당성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잘못 쓰면 글의 흐름이 오히려 어색해진다.
‘때문이다’ 대신 ‘-어서다’ 등을 써도 돼
“영업이익률(매출 대비)은 5.7%로 작년 1분기 9.1%보다 3.4%포인트 낮아졌다. 매출은 484조34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여기 쓰인 ‘탓이다’는 어떨까? ‘탓이다’를 쓰기 위해서는 앞에 나온 ‘낮아졌다’를 설명하는 원인이 와야 한다. 그런데 ‘수익성이 악화됐다’와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동어반복이다. 인과관계 구문을 쓰기엔 마뜩지 않으므로 서술어를 ‘악화됐다’로 맺으면 그만이다.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 3% 금리를 주는 은행권 적금 상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권 평균 정기적금 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서다.” 여기서도 ‘연 3% 금리’와 ‘1~2%포인트 높은 수익률’은 같은 얘기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풀어 썼다는 차이만 있을 뿐 인과관계를 따지는 ‘논리적 구문’은 아니다. 따라서 이 역시 서술부를 ‘…정기적금 금리보다 수익률이 1~2%포인트 높다’ 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마땅하다. 문장을 간결하게 맺기 때문에 더 힘 있는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기 때문이다’를 쓰던 자리에 요즘은 ‘-어서다/여서다/에서다’를 많이 쓴다. 이는 좀 더 구어체적인 표현이며 문법적으로도 틀리지 않는다. 다만 ‘-어서’는 본래 연결어미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길이 좁아서 차가 못 지나간다’ 같은 게 전형적 용법이다. 그 ‘-어서’가 서술격 조사 ‘-이다’와 결합해 서술어의 보어 자리로 위치이동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유 부분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인과성을 엄격하게 따져 써야 한다. 자칫 남발하면 글이 허술해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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