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통폐합·확실한 인센티브 제도 '성공 비결 '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양(量)'이 아닌 '질(質)'로 승부를 보는 비은행금융그룹이 있다. 점포 통합과 파격적 성과급 지급 등을 통해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다른 금융사가 이들을 벤치마크할 정도다. 메리츠종금증권와 메리츠화재 얘기다. 이들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서 주목 받는 메리츠증권·화재
8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올 2분기 순이익은 1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수익도 2904억원으로 23.1%, 영업이익도 1468억원으로 15.68% 늘어날 것을 예상된다.
메리츠화재도 2분기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2분기 순이익은 7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수익은 1조9856억원으로 12.9%, 영업이익은 1119억원으로 19.3% 증가할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 순익은 1413억원으로 작년보다 36.6% 증가했다. 투자은행(IB)부문에서 인수금융, 사모펀드, 중소기업 신용공여 등 투자처를 다각화한 점이 주효했다. 여기에 매매(트레이딩), 기업금융(홀세일), 소매판매(리테일) 등 전 사업부가 고르게 성장했다.
메리츠화재의 1분기도 좋았다. 1분기 별도기준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7% 늘어난 658억원이다. 다른 상위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의 1분기 순이익이 각각 23.3%, 9.9%, 12.6%, 20%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두각을 보인 실적이다.
호실적 배경은 체질 개선에 있다. 손해율에 민감한 자동차 보험은 줄이고 꾸준히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장기인(사람)보험의 비중을 늘려서다.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장기인보험의 초회 보험료는 1월 111억원, 2월 116억원, 3월 17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장기인보험 시장점유율도 20%를 웃돌고 있다.
◆김용범 부회장의 파격, 화재·증권을 수위권에 올려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종금증권이 현재 업계에서 수위권을 다투는 배경에는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사진)이 있다. 그의 지점 통폐합 결단과 파격적 성과급 지급이 두 회사의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2012~2014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로 재직했다. 그는 지점 영업과 관리를, 최희문 대표는 영업을 제외한 IB를 맡는 등 역할을 분명히 했다.
2012년 대표로 취임한 김 부회장은 조직 슬림화를 목표로 전국 지점을 통폐합한다. 31개였던 지점은 20개로 줄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4년 기존 수도권 11개를 비롯해 대구 대전 청주 경주 등 전국 19개 증권 점포를 6개로 축소했다. 현재는 서울 5곳(복합점포 포함), 대구와 부산에 각각 1곳 총 7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성과에 따라 많게는 수익의 절반까지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시도에 이른바 업계의 '선수'들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점포 대형화와 임금 체계 개선으로 유능한 인재들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다수 유입됐다"며 "인재의 유입, 점포 체질 개선에 따른 집중력 향상 등이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2015년 메리츠화재 대표로 자리를 옮긴 김 부회장은 또 혁신을 단행했다. 피라미드 구조의 본부·지역단 형태의 영업관리 조직을 모두 없애고 인원도 감축했다. 점포도 통합으로 대형화했다. 증권과 마찬가지로 파격적 성과급을 제시했다. 사업가형 본부장 체제를 전면 도입해 성과에 비례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업조직 개편으로 절감된 비용은 고객들을 위한 보험료 인하와 성과급의 재원 등으로 사용됐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김용범 부회장은 새로운 발상으로 메리츠종금증권과 메리츠화재에 자신 만의 DNA를 심었다"며 "그가 일궈낸 변화가 나비효과로 작용해 지금의 종금증권과 화재가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부회장은 1963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한생명 증권부 투자분석팀을 거쳐 CSFB증권에서 외환 채권 파생상품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증권부장과 채권2팀장 채권운용본부장을 맡았고 이어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로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현재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과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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