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여성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남편 A(36)씨가 결국 구속됐다.
8일 전남 영암경찰서에 따르면 특수상해 및 아동학대 등 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광주지법 목포지원 나윤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부터 약 3시간 가량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 B(30)씨를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B씨는 폭행으로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치킨을 시키라고 했는데 베트남 닭 요리를 했다”는 것이 당시 폭행의 사유였다. A씨는 평소에도 한국말에 서툰 아내를 폭행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아내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달랐다”며 “그것 때문에 감정이 쌓였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아내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9일만인 지난달 25일과 그보다 앞선 4월 자신의 친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찾은 베트남 현지에서도 폭행을 가했다.
상습 폭행에 시달려온 B씨가 A씨 몰래 가방에 찔러둔 휴대전화에 찍힌 영상의 파장은 대단했다.
A씨가 베트남 아내를 폭행하는 장면은 약 2분 33초간의 영상에 담겨 온라인에 퍼졌고, 이후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특히 두살배기 어린 아이가 옆에서 "엄마", "엄마"라며 울부짖는 가운데 자행된 폭행의 잔혹성은 큰 충격을 줬고 민갑룡 경찰청장이 나서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번 베트남 여성 폭행의 경우 다행히 동영상 증거가 있어 구속영장 청구와 가족 신변 보호까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가정폭력의 경우 명백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급작스러운 폭행을 당할 때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기기란 쉽지 않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증거가 없는 폭행사건은 너무나 많이 발생한다"면서 "이혼사건에서 절반정도는 가정폭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그런데 증거가 없으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면서 "폭행증거로는 상해진단서, 사진, 자녀진술서, 지인진술서 등이 있고 가장 확실한 증거는 영상(CCTV 포함)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집안에서 갑자기 영상을 찍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결국 간접적인 증거들로 제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변호사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이혼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씨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알못 자문단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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