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녀-연하남의 사랑
'봄밤' 정해인부터 '호텔 델루나' 여진구까지
안방극장 여성 시청자들은 지금 치명적인 연하남의 매력에 빠져있다. 과거 남자 배우가 여자 배우보다 연상이었던 것과는 달리 나이차가 줄어들면서 어느새 연하의 남자 배우들이 여심을 저격하고 있다. 풋풋한 외모에 싱그러운 미소,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배우 정해인, 장기용, 이재욱, 여진구의 이야기다.
먼저 안판석 감독의 로맨스 드라마 MBC '봄밤'의 정해인은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한지민과 완벽한 시너지를 냈다.
정해인은 올해 38살인 한지민보다 6살 연하다. 과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호흡을 맞췄던 손예진과도 6살 차이가 났다.
정해인은 '봄밤' 제작발표회에서 한지민에 대해 "실제로 연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 번도 누나라고 불러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지민 또한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남자답고 리더십이 강해 연하라는 느낌을 못 받았다"고 털어놔 두 사람의 조합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했다.
한지민을 만난 정해인은 극중 싱글대디로서 새로운 감정이 찾아온 순간의 흔들림과 갈등을 밀도 있게 표현해 내 마음의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는 연상녀들을 대리만족하게 할 '심쿵' 포인트들이 많았다. 임수정-장기용, 이다희-이재욱의 로맨스는 동영상 클립 최다 재생수를 기록하며 회자되고 있다.
먼저 계획에 없던 하룻밤에서 불꽃처럼 시작된 임수정과 장기용의 로맨스는 미소를 유발한다. 두 사람의 나이차는 무려 14살.
배타미(임수정)의 철권 상대로 첫 등장한 박모건(장기용)은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에 "미성년자는 아니야"라고 대답하며 도발적인 연하남의 모습을 보였다.
하룻밤을 먼저 보낸 후 모건은 배타미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했다. 하지만 배타미는 "밤에 만난 사이에 낮이 없어 밤만 있지"라고 했다. 모건은 "그런 관계는 관심 없다"면서 "혹시 어장관리 같은 거 해요? 그 어장에 들어가 보려고"라고 답해 설렘을 자아냈다.
타미가 황당한 얼굴로 "얘 뭘까?"라고 묻자 "뭐긴. 키스 받은 남자죠"라며 재킷을 젖혀 보이는 당돌함, "귀여우면 가져야지"라고 자신을 적극 어필하는 모건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미소를 자동 유발하기도 했다.
지난 10회 방송에는 모건이 해외 입양아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무렵엔 항상 아프다"는 모건을 바라보며 타미는 "내가 너 꼭 지켜줄 거야"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랑은 그렇게 무르익는 듯 했다. 하지만 동창회에 나간 모건이 첫사랑을 만나고 배타미와 다른 결혼관 때문에 갈등을 빚으면서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막장드라마 마니아 차현(이다희)과 악역 조연배우 지환(이재욱)의 관계 역시 신선하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은 이재욱은 1998년생으로 올해 22살이다. 이다희는 1985년생으로 35살이다.
팬과 연예인 사이에 싹트는 로맨스라면 ‘멋지고 잘나가는 연예인이 나만의 연인이 되는 스토리’가 많았다.
반면 이 드라마는 검색 포털 ‘바로’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인 차현이 무명의 배우 지환을 보호하고, 필요한 순간마다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내 배우”의 안전과 꽃길을 손수 다진다.
극 중 인물검색도 안되는 ‘상듣보(듣지도 보지도 못한)’ 배우였던 설지환. 막장드라마 '장모님이 왜 그럴까'에서 ‘미역싸대기’ 를 맞고, ‘무정자증’ 이라며 임신한 아내를 내치던 악역과는 상반된 순수한 모습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현의 도움으로 드라마 ‘장모님이 왜 그럴까’ 에 주인공으로 복귀하게 된 지환은, 차현의 남자친구인 척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를 수락한 지환은 "가자 현아" 라며 차현의 손을 덥석 잡고, 차현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은연 중에 진심을 고백해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자극했다.
독특한 관계와 예상에 없었던 운명 같은 만남, 여기에 더해진 기대보다 한발 더 앞서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종영한 KBS2 '단 하나의 사랑'의 두 주인공도 연상연하다. 신혜선은 1989년생으로 올해 31살, 엘(김명수)는 1992년생 28살이다.
김명수는 첫 판타지 로맨스에 도전해 극중 천사 단 역할을 맡아 발레리나 연서(신혜선)과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마지막 회에서는 연서를 위해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는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내며 로맨스 남자 주인공으로서의 저력을 입증해냈다. 첫 로맨스 도전임에도 남주 역할을 찰떡같이 소화해내며 안방극장의 주연으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잘 생기면 다 오빠라면서요'라는 반응의 주인공 여진구는 연상의 여배우들과 주로 연기해왔다. 연상연하 호흡의 프로인 셈이다. 여진구는 1997년생으로 23세다.
지난 11일 종영된 SBS '절대그이'에서 여진구는 1993년생 방민아와 연기했다. 이어 차기작에서 여진구는 방민아와 동갑내기인 아이유와 연기하게 됐다.
tvN '호텔 델루나'에서 여진구는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 역을 연기한다. 그는 호텔 사장이자 귀신으로 추정되는 장만월(이지은)과의 로맨스를 선보이게 됐다.
'호텔 델루나' 감독은 여진구에 대해 "복덩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이에 동의하며 "긴장감을 주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두 사람이 어떤 케미스트리를 발산할지 13일 밤 9시 첫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KBS2, MBC, tv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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