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병욱 기자 ]
한화그룹이 최대 2년의 자기계발 휴직과 아빠를 위한 한 달의 출산휴가를 도입했다. 한화그룹은 앞서 10대그룹 중 처음으로 승진 안식월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에 도입한 채움휴직은 학위 취득이나 직무 관련 자격 취득, 어학 학습 등 자기계발을 위한 휴직 기간을 제공하는 제도다. 근속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며 최소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휴직 기간 자기계발 지원금을 지급하며 근속 기간도 인정한다. 아빠를 위한 출산휴가는 출산 초 육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에 1개월 휴가 사용을 의무화하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자녀 출산 3개월 이내의 남성 직원들이 대상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과 직원 개개인의 자기계발을 권장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도입했다”며 “보다 나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제도를 도입하기 앞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 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떤 제도를 도입해야 하나’를 물었다. 상향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꿔보자는 시도였다. 설문 결과 채움휴직이 43%, 아빠휴가가 27%의 지지를 받았다. 한 직원은 설문의 주관식 답변을 통해 “학창시절에 공부한 내용과 업무를 통해 배운 지식이 점차 고갈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만큼 자기계발에 절실함을 느끼는 직원이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직원들은 채움휴직과 아빠휴가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둘째를 출산한 노동진 (주)한화 과장은 “첫째를 낳고 힘든 시기에 육아에 도움이 못 됐는데 이번 제도로 만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채움휴직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직원도 많다는 후문이다.
한화그룹은 2016년 64주년 창립기념일에 맞춰 ‘젊은 한화’를 선언했다. 안식월 휴가도 이때 도입됐다. 과장부터 상무보까지 상위 직급에 승진할 때마다 1개월(특별휴가 및 개인연차 포함)의 휴가를 주는 제도다. 해외지사·사외 파견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대상자가 안식월 제도를 이용해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승진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 맡게 된 직책을 어떻게 수행할지 설계하라는 취지다. 지난 3월 기준 안식월 사용률은 81.3%에 달한다.
김태경 한화시스템 부장은 지난해 안식월 휴가를 활용해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다녀왔다. 김 부장은 “개인적인 꿈을 이룬 것도 중요하지만, 팀장이 1개월가량 자리를 비울 때 후배 직원이 팀장을 대행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차기 리더로서 연습할 기회가 됐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는 금융, 서비스 등 계열사 네 곳을 제외한 28개 계열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별 업무 특성상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운 곳은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해 자기계발 및 건강관리 등으로 조직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직원들의 경력관리 지원을 위한 ‘잡마켓’ 제도도 있다. 신규 인력이 필요한 자리가 있으면, 그 업무를 맡기 원하는 직원들에게 지원을 받아 선발하는 시스템이다. 직원 개개인이 적성에 가장 잘 맞는 직무를 선택할 기회를 주자는 차원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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