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수 기자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삼성전자 조직문화 지향점은 ‘스타트업(Start Up) 삼성 컬처혁신’으로 대표된다. 조직문화 혁신을 새롭게 시작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지속적으로 혁신하자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의식과 일하는 문화를 뿌리내리자는 목적도 있다. 임직원 간 공감대를 형성해 삼성 특유의 강한 ‘승부근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도 들어있다.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의 실천방안으로 2016년 6월 인사제도를 개편했다.
○수평적 호칭 사용
삼성 인사제도의 핵심은 ‘경력개발 단계 직급 체계’ 도입이다.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이어지는 기존 연공주의 중심 인사제도를 업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는 직무, 역할 중심의 인사 체계로 개편했다. 수직적 직급 개념은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로 전환했다. 직급 단계는 기존 7단계(사원1, 사원2, 사원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4)로 단순화했다.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은 ‘님’을 사용한다.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프로’, ‘선배님’, ‘후배님’, 영어 이름 등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는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회의문화도 수평적, 효율적으로 바꿨다.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유도한다. ‘회의를 위한 회의’가 아니라 업무에 도움이 되는 회의문화를 유도하고 회의 결과를 준수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직급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대신 ‘동시 보고’도 활성화했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 내용을 전달하는 보고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휴가나 업무시간 활용도 자유로워졌다. 우선 ‘눈치 보는 야근’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재충전’도 권장된다. 직원들이 연간 휴가계획을 사전에 자유롭게 수립해 충분히 재충전할 수 있는 휴가문화를 정착시켰다.
○주 40시간 이내에서 자율출퇴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 중 하나로 공간의 제약이 허물어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워크스마트(Work Smart) 캠페인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자율출근제를 2009년 도입했다. 자율출근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임직원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제도다. 임직원들이 육아 등 개인 사정과 시간 활용 계획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자율출근제를 확대, 자율출퇴근제로 개선했다. 1일 4시간 이상, 1주 40시간 이상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12년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2014년 7월 디자인과 연구개발직군으로 확대했다. 2015년 3월 말부터는 생산직을 제외한 전 직군으로 넓혔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재택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패밀리데이엔 정시퇴근
복지 향상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삼성전자 조직문화의 특징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각 사업장의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개선해 수원에 녹지와 사무공간이 어우러진 대학캠퍼스 같은 글로벌 업무 단지 ‘수원디지털시티’를 조성했다. 내부엔 생태공원, 생동감 파크 등 체험형 조경 공간을 조성했다. 마사토구장, 풋살장을 신설하고 부서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비큐(BBQ) 시설을 설치했다. 어린이집 규모 확대, 사내 자전거 운영시설 확충 등에도 삼성전자는 신경 쓰고 있다. 임직원들의 문화 소양을 높이기 위해 연극, 뮤직컬, 클래식 공연을 하고 있다.
디지털 시티 현판을 문구 중심에서 디자인 중심으로 교체한 것도 직원들의 상상력을 높이기 위한 작은 노력으로 꼽힌다. 사내 건물 외벽 곳곳에 창의적 디자인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지하엔 체력단련장, 사내 동호회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스포츠, 레포츠, 문화, 예술, 재능나눔 분야 등 2100여 개의 사내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매월 21일 급여 지급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야근·회식 없이 정시 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유급 3일의 난임 휴가, 유급 10일의 배우자 출산 휴가 등을 통해 저출산 시대를 맞아 정부의 출산 장려정책 시행에 보조를 맞춘다. 전국 사업장엔 14곳의 어린이집을 운영해 임직원 자녀 보육을 지원 중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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