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시에 불 끄고, 소재 R&D 예산 줄이고…무슨 수로 日 이기겠나

입력 2019-07-15 17:44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중 소재 분야 투자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의 ‘2018 소재기술백서’에 따르면 2017년 국가 R&D 사업 중 소재 분야 투자액은 7098억원으로 전체의 3.92%에 그쳤다. 2016년(7331억원·4.14%)과 비교할 때 절대금액이 줄어든 것은 물론 비중도 축소됐다.

국가 R&D 사업 중 소재 분야 투자액 비중은 2016년만 4%를 넘었을 뿐, 2012년 이후 매년 3%대에 머물고 있다. 소재산업 기업의 R&D 투자액 중 정부·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9.2%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해 2017년에는 5.7%까지 떨어졌다. 정부가 소재산업에 큰 관심이 없고 예산마저 줄이니 관련 기업들의 R&D 투자까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소재산업 종업원 1000명당 연구원 수가 88.1명으로 전체 기업 평균(114명)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다.

소재산업 R&D가 정부로부터 상대적으로 홀대받아온 것은 별로 생색나지도 않는 데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소재산업이야말로 모든 산업 경쟁력의 기초이자 뿌리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산업일수록 민간보다 정부가 적극 나서 육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자 정부가 뒤늦게 100대 핵심 소재·부품 R&D에 연간 1조원을 투입해 국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지난 5년간 소재·부품의 대일(對日) 적자만 90조원이다. 소재·부품 R&D 예산을 파격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2021년 말 일몰을 맞는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상시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R&D는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예외로 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부품·소재 R&D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오후 6시면 불 끄고 소재 R&D 예산을 줄이면서 무슨 수로 일본을 이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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