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도 일본보다 국내서 단가 더 쳐줘
일본이 무역보복 2차 조치로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국내 최대 농수산품 수출국이기 때문에 국내 농가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對日) 농산물 수출액은 13억2000만 달러(약 1조5577억원)로 우리나라 전체 농식품 수출액 69억3000만 달러(8조1718억원)의 19.1%에 해당한다. 뒤이어 중국 16.0%, 미국 11.6% 순이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자 지난 6일 마이니치 신문은 "아베 내각이 한일 갈등 악화 상황의 장기화를 피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면서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한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가 추가 보복조치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산 김과 파프리카의 동향에 더욱 주시하고 있다. 한국산 김은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식재료다. 최근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지난 5월 도쿄에서 열린 한국산 김 수출 상담회에서 출품 물량이 모두 팔리면서 592억원 어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수출 상담회 사상 최대 실적으로 지난해 대일 김 수출 금액인 1400억원의 42.4%에 해당하는 규모가 수출 상담회 1회 만에 팔려나갔다.
이 행사는 한국수산무역협회와 일본 김 관련 단체가 매년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대일 김 수출 규모는 2015년 129억원, 2016년 236억원, 2017년 434억원, 2018년 44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한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 김 생산 업체들이 품질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 제품의 신뢰도를 높여 왔기 때문에 일본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며 "최근 일본 내 김 생산이 감소한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김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한국산 김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라면서 "일본에서 한국산 김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데 수출 규제로 제때 물량이 공급되지 못할 경우 일본에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설명했다.
파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인 9230만달러(약 1088억원)의 99%가 일본으로 향했기 때문에 수출 규제로 피해가 발생할까 우려가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파프리카에 대해 당장 전면 수입제한보다는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농산물 수입 물량의 일부를 무작위로 선별·조사하는 지금의 '샘플링' 방식 검역이 전수 검사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명동주 한국파프리카생산자조회 회장은 "전수검사로 바뀌면 검역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품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가는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대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입 규제가 현실화되더라도 우려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파프리카 농사와 유통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오히려 일본 수출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일본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7월은 파프리카 수확철도 아닐뿐더러 요즘에는 국내에서 가격이 더 높기 때문에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전했다.
정부는 한국산 김과 파프리카 등 대일 수출 주력 품목 중심으로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 일본 정부의 한국산 농산물 수입규제 우려에 대비해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연 바 있으며, 앞으로도 주요 품목별 대응방안에 대한 내부 검토회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본의 한국산 농산물 수입규제 우려에 대해 지속적으로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며 "품목별로 예상 피해상황 분석 등을 통해 수출 통관지원, 국내 소비촉진과 수출시장 다변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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