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앞두고
강남권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
건설사 '밀어내기 분양' 쏟아져
[ 배정철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공식화하자 서울 5년 내 신축 아파트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다. 향후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끊기면서 5년 내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연내 새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예비 청약자는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전인 7~8월 ‘여름 분양’을 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7~8월 ‘밀어내기’ 분양 쏟아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하반기 분양 예정 물량은 3만363가구에 이른다. 올 상반기 공급 물량(1만1020가구)의 세 배에 달한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 대우건설은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사당3구역 재건축·153가구)’을 분양할 예정이다. 호반건설도 송파구 거여동 ‘호반써밋’(1398가구)을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사이에 분양한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2007년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 전 유예 기간에 밀어내기식 물량이 쏟아졌다”며 “이번에도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옛 MBC 부지에 공급하는 ‘브라이튼 여의도’의 오피스텔(849실) 분양도 잡혀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일단 이달 말 오피스텔 분양 일정만 잡아놓은 상태”라며 “아파트 선·후분양 여부는 시장 상황에 맞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은 강남구 역삼동 738의 14에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예비 청약자를 받고 있다.
신축 아파트 가치가 높아지면서 동대문구 전농동 620의 47 일대에 들어서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 분양 성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하 8층~지상 최고 65층 아파트와 오피스텔 4개 동을 비롯해 백화점·호텔·사무시설이 입주하는 42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 등 총 5개 건물로 구성된다. 전체 1425가구 가운데 1263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신축 아파트 풍선 효과로 들썩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기정사실화하자 강남권 재건축에 쏠려 있던 수요가 신축·준신축 아파트로 넘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10일 26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25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진 데 이어 2주 만에 다시 한번 고점을 갈아 치웠다.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최근까지 26억원에 물건을 팔려고 했던 집주인들이 호가를 27억원으로 올렸다”며 “분양가 상한제 얘기가 나온 뒤부터 매수세가 더 몰려 집도 안 보고 바로 거래하는 사례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달 24일 28억원에 팔린 전용 94.49㎡는 최근 호가가 29억원까지 뛰었다.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수요가 비재건축 단지로 몰리고 있다”며 “반포자이 같은 10년차 아파트에 매수 문의가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같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는 감소했다. 대치동 P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자 은마아파트 매수세가 크게 줄었다”며 “당초 은마아파트를 사겠다고 문의하던 손님이 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새 아파트를 찾아 달라고 하는 사례도 꽤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은 매수세가 끊기면서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했다.
입주 앞둔 아파트 분양권 가격 ‘급등’
재건축·재개발 규제 정책이 잇따라 나오자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분양·입주권 거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일부 단지는 작년 9월 최고가에 근접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4㎡(8층) 분양권은 지난 2일 12억380만원(6층)에 팔렸다. 작년 9월 고점 수준이다. 이 주택형은 지난달 11억4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한 달 새 6000여만원 올랐다. 3년 전 분양가는 7억7300만~7억8900만원이었다. 최대 4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로열층 아파트는 1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며 “거래가 한 건 이뤄지면 호가가 3000만~5000만원씩 올라간다”고 귀띔했다.
마포구 ‘신촌그랑자이’ 분양권 프리미엄은 5억~6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10억원에 실거래된 신촌그랑자이 전용 59㎡는 이달 1일 10억4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계단식 상승을 하고 있다. 서울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는 중구 ‘경희궁 롯데캐슬’, 양천구 ‘목동 파크자이’, 성북구 ‘래미안 아트리치’, 관악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서대문구 ‘연희파크푸르지오’ 등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규제가 강화되자 일부 투자자가 ‘신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재건축 아파트는 당분간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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