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워킹그룹 비판…"한국 독자적 대북정책 어렵게 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점이 8월 계획된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 샅바싸움이 다음달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전 장관은 17일(미국시간) 미 워싱턴DC에서 특파원과 만나 북한 외무성이 지난 16일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한미연합훈련과 연계시킨 것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연합훈련을) 줄일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면서 "적어도 북미 실무협상 자체도 그 훈련이 끝나야 (개최)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그렇게 말을 꺼내 놨는데 북한의 요구를 무시하고 (한미연합훈련을) 강행하면 북한도 체면이 있지 않느냐"며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요란하게 전세계 사람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던 건 지나간 일이 되고 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10월 넘어서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실무협상을 가지고도 샅바싸움이 8월 중순까지도 가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 전 장관은 "(연합훈련이 진행될 경우) 북한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고 없는 살림에 대응하기 위해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하게 일어난다"며 "그렇게 떼쓰는 식으로 요구해 성공한 사례가 있고, 단순하게 떼쓰니까 되더라는 성공의 추억이 아닌 실무협상에 나가야 되겠는데 그 핑계 대고 못하게 하면 그만큼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킹그룹을 통한 한미 대북정책 공조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워킹그룹에서 연합훈련을 하기로 합의를 해준 만큼 앞으로 한국의 독자적 대북정책은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 이후에 워킹그룹을 만들었다고 해서 결국 '2인3각으로 묶이는구나. 맘대로 못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면서 "같이 가려면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들하고 가야 되는데 북한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공조를 꼭 해야 되는가 (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 측 워킹그룹을 북한을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표현한 셈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국)대사에게 '국무부 사람들이 외교부와 북한 문제 얘기할 텐데 외교부 사람들은 사실 북한에 대해서 잘 모른다. 통일부의 북한 전문가 얘기를 좀 들어보고 외교부와 얘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 전 장관은 한미경제연구소(KE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진행한 오피니언 리더 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간담회에는 이수훈 전 주일대사와 이재영 한미경제연구소 원장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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