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脫원전 반대' 국민 의사 물어야 할 때

입력 2019-07-19 17:31  

엉키기만 하는 탈원전 정책 갈등
대만처럼 국민투표 거치도록 해야

정승윤 <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근대 시민혁명 이래 국민이 정치적 지배자가 돼야 한다는 국민주권의 이념은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로 구체화됐다. 직접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유권자의 총체인 시민이 국가의사를 직접 결정하는 형태다. 국민발안, 국민투표, 국민소환 같은 제도로 나타났다.

반면, 간접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선거로 선출된 대표자가 전체 국민을 대신해 국가의사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은 국회의원과 대통령 등 국민이 선출한 대표기관에 의한 통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투표 등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혼합적 민주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간접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한다. 직접민주주의 형태도 있다. 헌법 제72조의 주요 정책 국민투표제에서 도출되는 국민투표권, 130조 헌법 개정 국민투표제도에서 도출되는 국민투표권이다. 국민발안권은 1954년 제2차 헌법 개정 시 주요 정책 국민발안제와 헌법 개정 발안제에 도입된 후 제3공화국까지 유지됐다. 국민소환권은 한 번도 도입된 적이 없다.

작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신설하는 개헌안을 발표했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주권 실현 방안의 하나로 직접민주제를 확대 도입한다는 취지다. ‘국민은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다’, ‘국민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다’, ‘발의 및 소환의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등을 규정했다. 국민발안권과 국민소환권을 정치적 기본권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의 개정 시안에도 ‘국회의원 선거권자 일정수 이상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폐지를 목적으로 또는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국민투표권을 정치적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정책만 놓고 보면 국민투표권과 같은 기본권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탈(脫)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주창하는 ‘촛불정신’에 기초한 직접민주주의 강화와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확대가 정치적 구호가 아니었는지 의심을 버릴 수 없다.

탈원전 정책을 법률개정 또는 국민투표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와 행정부의 행정계획으로 밀어붙인 선진국은 없다. 대표적인 탈원전 국가 독일은 법률 개정으로, 스위스는 국민투표 절차를 거쳐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대만에선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가 발의됐다. ‘원자력 발전은 2025년까지 전면 중단한다’는 전기사업법 95조에 대해 유권자 대비 1.5%를 초과한 총 31만 명이 서명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국민투표 결과 유권자 중 29.84%(유효동의자 비율 25% 이상), 투표자 59.5%(찬성비율 반수 이상) 동의로 전기사업법 95조가 폐기됐다.

최근 탈원전에 반대하고 신한울 3, 4호기 원전 공사 재개에 찬성하는 서명자가 50만 명을 넘었다.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국민이 이처럼 많다. 대통령 선거 공약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책화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탈원전 정책은 미래 국가 에너지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은 헌법 제72조에 따라 국민투표를 실시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의사를 물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주권 정신에 부합하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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