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소개팅으로 만나 연인 사이로 지낸지 어느덧 3년이 넘은 A씨. 최근 그는 결혼을 결심하고, 남자친구와 상견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평소에도 종종 만남을 가졌던지라 A씨는 어려움 없이 이를 받아들였고, 한 식당에서 만남을 가졌다.
한창 저녁 식사를 즐기는 도중 남자친구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A씨는 급격히 표정이 굳었다.
"이제 결혼할 사이인데 반말 쓰는 게 보기 좋지 않다."
나이가 2살 많은 남자친구에게 A씨는 그간 "오빠"라고 불렀고, 두 사람은 서로 반말을 사용했다. 이에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남편이 연상인데 아내가 반말 쓰는 건 보기 좋지 않고, 예의 없는 것이니 미리 존댓말 쓰는 연습을 하라"고 했다.
A씨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이 서로 편하게 반말을 사용하겠다는 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식사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어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A씨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자친구는 A씨에게 "아무리 기분이 나빴어도 그렇게 표정관리를 못하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려는 거냐"라고 면박을 주며 "그래도 엄마가 말실수한 것은 대신 사과하겠다. 마음 풀라"고 말했다.
A씨는 황당했다. 주변에 남자친구에게 존댓말을 하는 커플이 없을뿐더러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지 한 사람만 강요당하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되려 자신을 지적하는 남자친구의 태도에도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 와중에 사회생활 이야기가 왜 나오냐", "남자친구의 태도가 문제다",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게 좋기는 한데 한쪽한테 강요하는 게 어이없다", "나도 이런 경우 있었는데 말이 안 통하더라", "부부는 갑을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관계 아니냐", "아들 결혼시키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 "자기 아들만 아는 부모인 것 같다",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사고가 존재하다니"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뜬금없는 요구에 남자친구의 반응까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A씨는 고민 끝에 결국 이별을 결심했다. 그는 "부부 사이에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의 존댓말이면 몰라도 한 사람만 강요당하는 것은 싫다. 존댓말 해 줄 아내를 구하고 싶으면 띠동갑 뻘 여자 찾으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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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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