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라면·과자 매출 '급감'…애니메이션도 타격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촉발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열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여행 거부 운동이 번지면서 주요 여행업체 대부분의 일본여행 예약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일본산 맥주, 라면, 과자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2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해외여행객 유치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이달 8일 이후 하루 평균 500명 선으로 집계됐다. 평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이전까지 하나투어의 하루 평균 일본 여행 패키지상품 예약자 수는 기준 하루 평균 1100~1200명 수준이었다. 모두투어도 이달 들어 18일까지 신규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0% 줄었다. 예약인원 기준으로는 50% 감소했다.
일부 업체는 예약 감소는 물론이고 이미 예약한 일본 여행상품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노랑풍선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일본 여행 신규 예약이 전년 동기보다 70% 감소한 것은 물론 예약 취소율도 50% 증가했다. 인터파크투어의 경우 8일 이후 신규 예약은 50% 줄었고, 예약 취소도 2배 가량 늘었다.
위메프도 최근 일본 항공권 취소가 평소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마지막 주 9%에 머물렀던 환불 비율이 이달 첫째 주 15%까지 올랐고, 둘째주에는 36%까지 치솟은 것이다.
일본 여행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아예 백지화하는 여행업체도 늘고 있다.
AM투어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전세기를 이용한 일본 시마네현 패키지 상품의 판매를 지난 13일부터 잠정 중단했다. 이번 사태 이전에는 전세기 50석이 꽉 찼지만, 최근 좌석 점유율이 뚝 떨어져 수익성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로 회원 133만명을 보유한 '네일동'(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은 일본 여행 불매 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네일동 운영자는 공지사항에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현재 네이버 여행카페인 '스사사'(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 게시판에는 하루 평균 10건 이상의 일본 여행 취소 인증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는 일본산 맥주, 라면, 과자 등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이달 1∼18일 이마트에서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30.1% 감소했다. 7월 첫째 주에는 일본 맥주 매출 감소율이 -24.2%였지만, 둘째 주에는 -33.7%, 셋째 주에는 -36% 등으로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올 상반기 전체 수입맥주 중 매출 2위를 차지했던 아사히 맥주는 이달 들어 순위가 6위까지 떨어졌고, 기린 맥주도 7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다.
일본 라면과 소스·조미료, 낫또 등의 매출도 줄었다. 이마트에서 1∼18일 일본 라면 매출은 전월 동기보다 31.4% 감소했고, 일본산 소스·조미료는 29.7%, 일본산 낫또는 9.9% 매출이 줄었다. 롯데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일본 맥주의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라면 매출은 26.4%, 낫또는 11.4% 하락했고, 일본 과자류의 매출도 전월보다 21.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편의점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편의점 CU에서 1∼18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40.1%나 급감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된 초기인 1∼7일 사이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보다 11.6%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 폭이 커진 셈이다. GS25에서도 1∼17일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 같은 기간보다 24.4% 빠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본상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매출 감소 폭이 커지는 추세"라며 "처음에는 맥주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상품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경우 온라인에서 '평점 테러'를 당하거나 박스오피스 순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11일 개봉한 일본 베스트셀러 원작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은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서 평점 테러를 당하는 중이다. 박스오피스 순위는 8위로 출발해 한때 4위까지 올랐으나, 다시 18위로 급락했다가 21일 기준 8위를 기록 중이다. 누적 관객은 11만8000명이다. 이달 24일 개봉하는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 게시판에도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달 29일 개막하는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는 일본 검객 영화 '자토이치'를 모티브로 한 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공개했다가 교체했다. 영화제 행사인 '자토이치 오리지널 시리즈 섹션'도 취소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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