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 늘리려면 고용유연성부터 강화" 공론화할 때 됐다

입력 2019-07-21 17:40  

기업들 노사협상 의제로 '정년 추가연장' 속속 등장
'유연 적용' 뺀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교훈 새겨
고용 형태·급여·해고 기준 등 글로벌스탠더드 맞춰야



정년을 현행 60세보다 더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공기업 노동조합들이 요구하기 시작하더니 대기업 노조로 번지고 있다. 지난주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한 현대자동차 노조 요구 항목에도 정년 연장이 포함됐다. 만 60세인 정년을 직종에 따라 61~64세로 늦춰 달라는 것이다.

공공 부문, 금융계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高)비용·저(低)효율 사업장으로 꼽히는 대기업 노조에서 정년 추가 연장의 ‘깃발’을 들고 나섰다는 게 심상치 않다. 이들 사업장은 노조가 강고한 투쟁력을 키워온 ‘철밥통 일터’로 꼽히기에 더욱 그렇다. ‘밀면 밀려온’ 이제까지의 노사협상 관례로 볼 때 정년 추가 연장이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년 추가 연장에는 나름의 명분이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에는 마땅한 해법이 많지 않다. 여성 고용을 늘리는 것과 함께 60대 이상 연령층에 일할 기회를 줘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당위론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청년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문제, 업무 능력과 관계없이 근무 연한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를 그대로 둔 채 정년을 늦출 경우 기업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 등 해결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현대차 노사협상에서도 확인됐듯 노조들은 ‘정년 추가 연장’만 요구할 뿐, 그에 따른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근로기준법 등 현행 노동 관련 법규가 기득권 노조를 과(過)보호하고 있어서다. 한번 입사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고, 업무성과가 아무리 나빠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와 근무 연한에 따른 호봉 승급이 주어진다.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치더라도 대체근로 인력 투입으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받을 걱정이 없다.

하지만 공공 부문, 금융계, 대기업 노조원들이 이런 ‘천국’을 즐기는 비용을 누군가는 치를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에 납품하는 하도급 기업 종사자들이 자기들 몫을 빼앗길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대형 노조 소속 근로자와 중소기업·비(非)노조 근로자 간 격차 확대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정년 추가 연장론’이 이런 노동시장 이중구조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올라앉은 공기업·금융업·대기업 노조들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을 지나쳐선 안 될 이유다.

이런 병증(病症)을 방치한 채 정년 추가 연장을 논의해서는 안 된다. 그럴듯해 보이는 명분에 치여 반드시 따라야 할 ‘디테일(detail: 부분·세부)’을 간과하다가 두고두고 큰 사회적·경제적 혼란과 비용을 치른 사례는 너무도 많다. 최저임금 급속 인상과 일률적인 주52시간 근무제도 도입부터 그랬다. 정년 추가 연장을 논의하면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물론 어지간한 나라들이 다 시행하고 있는 개별 직무 및 업무성과에 연동한 급여 지급과 직종에 맞춘 다양한 고용 형태, 저성과자 해고 허용 등 임금·고용유연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게 선결 과제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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