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 곳곳으로 번지는 인재 유출…미래가 걱정스럽다

입력 2019-07-22 18:05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재 블랙홀’로 불리는 구글이 국내에서도 공격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KAIST, 서울대 등과 잇따라 맺고 있는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을 위한 파트너십이 그렇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AI 인력 수혈이 한층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구글과의 협력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AI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인재들이 글로벌 경험을 쌓고 돌아와 산업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새로운 도전이 어렵고 대우도 좋지 않아 인재들이 해외를 선호한다는 분석이 많고 보면 인재 유출이 우려되는 것도 현실이다.

게다가 국내 대학에서 양성되는 AI 등 신산업 인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당이다. 미국 UC버클리와 스탠퍼드대가 컴퓨터 전공자를 각각 1590명, 739명으로 늘리는 동안 서울대는 15년째 55명 그대로다. 인재풀 자체가 작은데 그마저 해외로 다 빠져나가면 국내 기업들의 인재난은 더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재 유출이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자동차·화학 등 주력산업에서 중국 등으로의 인재 유출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데다, 최근에는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를 등지는 인재들까지 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2018 세계 인재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두뇌 유출이 심한 국가로 꼽혔다. 두뇌들이 빠져나가면 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제보복 대응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만 해도 인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많은 기업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인재 유출까지 가속화되면 앞으로 상황이 호전되더라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도 기업도 비상한 각오로 인재 유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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