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저축은행들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국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여파가 금융권으로 옮겨와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저축은행 가운데 일본계열은 SBI저축은행, JT친애·JT저축은행, OSB저축은행이 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일본 불매운동 기업 목록 가운데 금융 부문에 이들 저축은행이 포함됐다. 일본 자본은 2010년대 초반 한국의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국내로 진출했다.
SBI저축은행은 2013년 일본 SBI그룹이 부실에 빠진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 계열사를 인수하면서 세웠다. 인수 당시 예금보험공사 기금 투입 없이 SBI그룹이 1조3000억원 증자를 해 소생했다.
JT친애저축은행의 전신은 미래저축은행이다. 2012년 일본 J트러스트그룹이 영업 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의 채권을 인수하면서 친애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2014년에는 스탠다드차타드(SC)가 SC캐피탈과 SC저축은행을 J트러스트그룹에 매각해 각각 JT캐피탈, JT저축은행이 됐다. 친애저축은행은 2015년 JT친애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OSB저축은행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코퍼레이션이 2010년 푸른2저축은행을 사들인 뒤 운영해왔다. 다만 오릭스코퍼레이션은 최근 9년 만에 다시 OSB저축은행을 매각하겠다고 내놓아 현재 인수 후보를 찾고 있다.
일본계 주주들은 국내 진출 이후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부 부실 저축은행의 완전붕괴를 막아줬지만 '일본자금이 쓰러져가는 한국 금융사를 사들인 뒤 고금리 대출 장사를 한다'는 인식이 따라다닐 수 있어서다.
이번에도 불매운동 목록에 오르면서 일부 누리꾼은 "일본 금융사에 돈을 넣을 수는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본계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일단 관련 언론 보도와 여론을 살피며 몸을 바짝 숙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은 일반 소매품이 아니라 재산이 얽힌 만큼 눈에 띄는 예금자 이탈이나 대출 감소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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