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만든 인공식도, 이식수술 길 열렸다

입력 2019-07-24 17:26   수정 2019-07-25 02:23

서울대병원 동물 이식수술 성공

3D프린팅·줄기세포 기술 활용
음식 소화 가능…부작용 적어
"곧 사람 대상 임상시험 착수"



[ 이지현 기자 ] 국내 연구팀이 3차원(3D)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해 인공식도를 만들어 동물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그동안 식도는 대체할 수 있는 치료 재료가 개발되지 않아 암 등으로 식도를 잘라낸 환자는 소장, 위 등을 활용해 재건 수술을 했다. 동물실험에 성공하면서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인공식도가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동물에게 인공식도 이식 성공

서울대병원은 정은재 이비인후과 교수와 신정욱 인제대 의료공학과 교수가 인공식도를 개발해 실험용 쥐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식도는 음식이 넘어가는 통로다. 단순한 관처럼 보이지만 평소에는 닫혀 있다가 음식이 들어올 때 넓어지면서 음식을 아래로 보내는 연동운동을 해야 한다. 탄성과 복원력이 있어야 하는 데다 음식, 미생물, 소화효소, 위산 등에도 잘 견뎌야 한다. 식도 안쪽으로는 음식물이 이동하지만 바깥쪽은 무균 상태인 신체 내부와 닿아 있다. 식도를 경계로 안팎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고 조직이 죽는 괴사가 생기기 쉽다. 인공식도를 통해 이런 기능을 모두 재현하는 것은 물론 이식 후 거부 반응도 줄여야 한다. 그동안 많은 의공학자들이 식도를 대체하는 기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한 이유다.


정 교수팀은 정상 식도와 같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 나노섬유, 3D프린팅, 줄기세포 기술 등을 활용했다. 음식이 통과해야 하는 안쪽에는 유연성이 높은 나노 섬유로 틀을 짰다. 바깥 부분은 3D프린터를 활용해 생체 삽입 의료기기에 많이 활용되는 폴리카프로락톤(PCL) 지지체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인공식도 구조물 안쪽에 줄기세포를 이식한 뒤 교수팀이 만든 배양기에 넣고 3일 동안 줄기세포를 배양했다. 인공식도 안쪽에는 식도상피세포를, 바깥쪽에는 식도근육세포를 분화시키기 위해서다. 이후 인공식도를 쥐에게 이식했더니 일반 식도와 똑같이 음식을 소화시킬 수 있었다.

치료 한계 극복하는 인공장기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정 교수는 “복잡한 식도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식도 개발에 한발 다가섰다”고 평가했다. 암이 생겨 식도, 인두 등을 수술로 잘라내면 같은 조직으로 대체하지 못한다. 의료진은 다른 신체 부위를 대신 이식한다. 국내에서 이런 재건 수술을 받는 환자는 매년 800~900명 정도다. 하지만 이식한 조직이 식도 조직과 달라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했다. 합병증도 문제다. 연구팀은 개에게 인공식도를 이식하는 임상시험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곧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체기관을 대체하는 인공장기 개발은 미래형 의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제 기능을 못하는 무릎관절 등을 금속이나 합성수지로 만든 관절로 대체하는 인공관절도 인공장기의 한 형태다.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심부전 환자 등에게 좌심실보조장치(LVAD)를 이식하는 인공심장 수술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장기 개발 연구도 활발하다. 국내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로킷헬스케어, 티앤알바이오팹 등이 대표주자다. 아직은 인체 장기 대신 동물실험에 쓰는 미니 간, 미니 심장 등의 오가노이드를 개발하는 단계다. 뇌사자 장기 대신 3D프린팅 장기를 이식하는 시대를 여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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