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아닙니다 발효음료 입니다…밀레니얼 세대의 물 '콤부차'

입력 2019-07-24 17:32   수정 2019-07-25 02:37

찻물에 효모 넣어 발효시킨 음료
中서 시작 美서 열풍 한국 상륙
"다이어트에 효과 있다" 입소문에
백화점 매출 매년 10~20%씩 ↑



[ 안효주 기자 ]
침이 고이는 시큼함, 입안에 남아 있는 텁텁함….

‘콤부차(kombucha)’를 처음 마신 사람들의 반응이다. ‘식욕이 사라지는 맛’ ‘어릴 때 엄마가 온갖 잡곡을 넣어 우린 떫은 물 맛’ 정도로 묘사된다. 히비스커스부터 오렌지까지 콤부차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하다. 붉은색, 노란색, 초록색 등 색깔도 다채롭다.

콤부차. 국내외 유명 연예인들이 물 대신 마시는 것으로 알려지며 미국 등지에서 한 차례 돌풍을 일으킨 음료다. 이름도 생소한 마실거리가 올여름 국내 음료업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효모 우린 맛에 빠진 밀레니얼 세대

콤부차는 3~4년 전부터 미국에서 ‘건강 음료’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녹차나 홍차 등 차를 우린 물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음료다. 진짜 버섯은 아니지만 버섯처럼 생겨 ‘홍차 버섯’이라 불리는 콤부차 균을 찻물에 배양해 마신다. 아임얼라이브, 부루구루, 어니스트 등이 최근 뜨는 국내 콤부차 전문 업체다. 해외 브랜드로는 캡틴 콤부차, 원더드링크 등이 있다.

유통업계에서 콤부차는 ‘핫 아이템’이다. 뚜껑만 따면 바로 마실 수 있는 ‘RTD(ready to drink)’ 제품이 인기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콤부차를 처음 선보인 2017년 이후 콤부차 판매액은 매년 10%씩 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30.8%나 판매가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포르투갈 브랜드 캡틴 콤부차를 들여온 후 콤부차 상품 종류를 늘리고 있다. 올 들어 판매액만 지난해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가을 추석 선물세트로 콤부차를 내놓을 예정이다.

콤부차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것은 건강에 신경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덕분이다. 이들의 소비 생활은 부모 세대보다 주택·거주 비용은 적게 들이고, 레저나 건강·웰빙 등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다이어트 핫템’ 되자 대기업도 눈독

콤부차 열풍은 ‘셀럽’들이 만들어냈다. 시작은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연예인들이다. 미란다 커, 올랜도 블룸, 린지 로언 등 해외 스타들이 수년 전 콤부차를 마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건강 및 미용 음료로 인기를 끌게 됐다. 국내에선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상품을 소개하며 알려졌다. “부기를 빼주고 독소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며 과거 유행한 디톡스 주스의 인기를 이어받았다. 24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콤부차’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나오는 게시물은 1만2600여 개. 영어 ‘#kombucha’(150만여 개)로 검색할 때에 비해 숫자는 미미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필수 ‘핫 템’이 됐다.

콤부차 시장이 커지자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빙그레는 지난 4월 차 전문 브랜드 ‘티로드’를 내세우며 콤부차 시장에 진출했다. 오리지널·깔라만시 2종을 내놨다. 차 전문업체 티젠은 분말 형태의 콤부차를 만들었다. LVMH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프레쉬’가 콤부차 에센스를 내놓는 등 콤부차 성분을 넣은 뷰티 제품도 등장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능성 식품 시장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어 트렌드를 좇기 위해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야”라며 “올여름 콤부차는 칼라만시, 곤약, 노니를 잇는 건강기능식품 아이템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콤부차는 동양에서 시작됐다. 원래 중국 진시황이 마셨다는 설이 있고, 위키피디아에는 몽골이 원산지로 기록돼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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