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문제해결 프로젝트 수행
최종 합격자에게 정식입사 기회
[ 공태윤 기자 ]
지난 23일 오후 5시 중국 상하이 팍슨뉴코아몰 4층 이랜드 매장 앞. 20대 중반 여성 세 명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왜 이랜드 매장을 찾았나요?” “이랜드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게 있나요?” “출퇴근용으로 어떤 브랜드를 구입하나요?”. 올여름 이랜드 전략기획본부(ESI) 인턴으로 선발된 대학생 네 명은 자신을 한국의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뒤 매장을 찾은 소비자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인턴 교육을 맡은 박범열 이랜드 프로젝트 디렉터는 “지난해 광군제 때 알리바바 티몰에서 1990년대생의 소비 매출이 1980년대생을 넘어섰다”며 “사회초년생들을 이랜드 매장으로 끌어들일 방안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고객 밀착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주재원이 아니라 20대 인턴을 파견하고 있다. 젊은이의 시각으로 ‘고객 맞춤형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2007년부터 시작해 13년째 진행 중이다. 중국 상하이뿐 아니라 베트남 호찌민, 사이판 등에도 보내고 있다. 한국영 이랜드 ESI 실장은 “ESI 인턴십은 국내외 고객과 부딪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라며 “신사업 전략·글로벌 마케팅 등 실전 사업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성과는 크다. 그동안 이랜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30대 젊은 경영자 100여 명을 발굴했다. 이랜드가 인수한 이탈리아 브랜드 만다리나덕의 안영훈 대표, 연매출 4000억원대인 뉴발란스 조동주 브랜드장, 한식뷔페 자연별곡의 정휘용 브랜드장 등이 이랜드가 배출한 30대 경영자다.
이랜드는 올여름에도 글로벌 ESI 인턴 40명을 선발했다. 인턴십 기간은 7~8월간 7주. 2주 교육, 실전 프로젝트·발표 5주 등으로 나눠 이뤄진다. 이랜드 임원들이 강사로 참여해 자신들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고객 설문조사, 효과적인 답변 유도법 등 대화 기술부터 직업관에 대한 강의도 한다.
전인배 씨(연세대 중문학과)는 “최형욱 전무의 강의를 듣고 나에게 일이란 뭘까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최선주 씨(중앙대 중문학과)는 “정수정 이랜드 차이나 대표를 보면서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무장을 한 이들은 한국, 중국, 베트남, 사이판 등에 흩어져 실전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랜드가 인턴 한 명에게 투자하는 비용은 임금과 항공·숙박료 등을 합쳐 1000만원이 넘는다. 4~5명으로 구성된 팀마다 글로벌 인턴 출신 선배 두 명이 동행하며 인턴들의 프로젝트 과제를 돕는다. 정자민 씨(중앙대 경영학과)는 “고객 설문조사하는 법 등 다른 기업에서는 배울 수 없는 노하우를 알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 주에는 임원들 앞에서 프로젝트 발표를 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은 정식 입사 기회를 얻는다. 이랜드 관계자는 “두 달간 인턴십을 하다 보면 단순한 스펙만 있는 사람인지 ‘일머리’가 있는 사람인지를 알게 된다”며 “여기에 팀워크 등 이랜드 스타일인지까지 종합적으로 본다”고 평가 기준을 소개했다. 최종 합격자는 9월부터 연말까지 교육을 받은 뒤 2020년 1월 정식 입사한다.
상하이=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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