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속히 처리 日 규제 대응해야"
[ 오상헌 기자 ] 2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부산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가 끝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부산역이 아닌, 김해공항을 찾았다. 다음 행선지가 집무실이 있는 세종시(KTX 오송역)가 아니라 서울 여의도 국회였기 때문이다.
이날 홍 부총리가 국회를 찾은 건 “한시가 급하니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꼭 통과시켜 달라”고 다시 한번 호소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말 7조원대 추경안을 상정한 뒤 홍 부총리가 국회를 찾은 건 스무 번이 넘는다. “홍 부총리를 만나려면 여의도에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동안 홍 부총리의 ‘여의도 출장’은 대부분 헛걸음으로 끝났다. 이날은 달랐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측과 일정 조율이 안 돼 만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홍 부총리가 ‘부딪혀보자’며 국회로 가자고 했다”면서 “경제 수장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러겠느냐”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정치권에 추경 통과를 읍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리가 늦어지면서 효과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당초 지난 5월 통과를 기대했던 추경이 두 달 이상 늦어지면서 여러 재정사업이 멈춰섰다. 5월에 신규 물량이 소진된 청년추가고용장려금(중소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일정액 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추경 통과가 더 늦어지면 사업 집행 기간이 쪼그라들면서 더 많은 사업이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추경안의 처리 지연 기간(24일 현재 91일)은 2000년 107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길다”며 “추경은 타이밍 싸움인데 이제 ‘골든타임’의 끝자락까지 왔다”고 했다.
기재부도 다급해졌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한국당)이 지난 22일 “정부가 반도체산업 지원을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면서 아무런 근거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며 예결위 심사 중단을 선언하자 추가 자료를 작성해 예결위 위원들에게 건넸다. 기재부는 이날 이례적으로 “정부는 언제든지 일본의 경제 보복 관련 예산을 충실히 설명하고 예결위 심의에 성실히 임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도 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도 본예산을 8월 말까지 짜야 하는 만큼 추경안 처리가 더 늦어지면 사실상 폐기 수순으로 갈 수도 있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이란 초유의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추경은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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