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3국 공조'에 악영향…美, 막후 메신저로 적극 중재해야"

입력 2019-07-25 17:25   수정 2019-07-26 04:22

한국경제TV 창사 20주년…케네스 와인스타인 소장 초청

韓 정부, WTO 제소 준비한다지만 단기간에 성과 못 얻어
미국 전직 대통령 등 중재자 찾아 '물밑 담판' 추진해야
내년 美 대선 전까지 G2 봉합 안돼…누가 돼도 '우선주의' 지속



[ 구은서 기자 ]
케네스 와인스타인 미국 허드슨연구소장은 25일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미국이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와인스타인 소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자문위원으로서 통상정책의 틀을 짜는 역할을 했다.

와인스타인 소장은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2020년 미국 대선 전망, 한국 기업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국경제TV 창사 20주년 기념 특별초청강연과 대담을 진행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미·중 무역갈등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허드슨연구소는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다. 설립자인 허만 칸 박사는 미래학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새마을운동을 처음 제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일 갈등, 미국이 중재해야”

와인스타인 소장은 이날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해하는 등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이 위기”라며 “이 같은 시국에서는 세 국가의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와인스타인 소장은 “최근 벌어진 일본 수출규제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글로벌 공급망에도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 단기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미국이 적극 중재해 세 나라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 어떻게, 누가 중재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만나 담판을 짓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공개적인 장에서는 한·일 양국 모두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미국 전직 대통령 등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백도어 메신저(backdoor messenger)’를 찾아 물밑 협상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누가 당선돼도 ‘아메리카 퍼스트’ 지속”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와인스타인 소장은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 미·중 무역분쟁은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에 지식재산권 보호,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의 사업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금과 같은 모델을 유지하려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차선책을 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요구사항이 관철되기 전까지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와인스타인 소장은 “특히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불균형은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블루칼라’ 유권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 미시간주 등 ‘러스트벨트’의 지지를 기반으로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유리한 무역협상을 통해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공약했다. 재선을 앞두고 가시적 성과 없이 미·중 무역갈등을 봉합할 순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와인스타인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통해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 가지 명확한 점은 역대 다른 미국 대통령들이 체면을 차리느라 꺼내지 못한 말들을 트럼프 대통령은 기꺼이 테이블 위로 올린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까지 우리 협상가들은 늘 미국을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로 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이해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와인스타인 소장은 “내년 대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하나만은 분명하다”며 “국제 경제정책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있던 시대는 끝났고, 미국은 이제 무역에서 상호호혜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금융계 인사 한자리에

한국경제TV가 이날 창사 20주년을 맞아 연 특별강연 행사에는 재계·금융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과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 오성엽 롯데지주 사장, 김택중 OCI 사장, 장신재 셀트리온 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동빈 수협은행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김경규 하이투자증권 대표,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 등도 자리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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