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삶의 큰 주제다. ‘어떤 길을 골라 어떻게 갈까’라는 물음을 피할 수 없다. 개인이나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다. 길을 가리키는 대표적 한자 단어는 도로(道路)다.
道(도)는 조금 추상적인 길이다. 사람의 머리를 가리키는 首(수)라는 글자가 들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따라서 ‘머리로 헤아리는 길’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주장이다.
路(로)는 그보다 구체적이다. 초기 글자 금문(金文)에서는 ‘발’을 지칭하는 足(족)에 各(각)이라는 요소를 덧댄 모습이다. 足(족)은 본래 아래쪽 다리를 그린 글자였으나 나중에 ‘발’의 새김으로 굳어졌다. 各(각)은 집의 입구(口)로 들어오는 발(·치)의 모습이다.
길의 명칭은 아주 풍부하게 발전했다. 그래도 크고 넓은 길이 가장 좋다. 글자 안에 네 갈래 길을 지칭하는 行(행)이 들어 있는 경우가 대개 크고 넓은 길이다. 평화로운 시절을 지칭하는 성어 ‘강구연월(康衢煙月)’의 衢(구)가 우선 아주 큰 길이다.
街(가)도 마찬가지다. 네 갈래 길 行(행)에 圭(규)를 덧댔다. 圭(규)는 ‘평지’의 뜻이라는 풀이다. 그런 평지에 네 갈래 길이 맞물린 모습이다. 특히 양옆에 민가와 상점 등이 즐비한 큰 길이 街(가)다. 衝(충)도 그렇다. 본래는 옛 싸움터에서 성벽을 허무는 데 동원한 큰 전차, 아울러 그런 큰 전차가 다닐 만한 넓은 길을 지칭한다. 그런 거대한 전차로 때리는 일이 충격(衝擊), 그 전차가 다닐 만큼 중요하고 큰 길이 요충(要衝)이다.
크기와 넓이로 따질 때 길 명칭은 路(로), 道(도), 塗(도), 畛(진), 徑(경)의 순서다. 徑(경)은 사람이 겨우 다닐 만큼 좁은 길이다. 畛(진)은 말이나 소가 다닐 수 있는 길이다. 그보다 큰 길이 塗(도), 다시 더 넓은 길이 道(도), 가장 큰 길이 路(로)였다고 한다.
산에 난 갈림길이 기로(岐路)다. ‘선택의 기로에 서다’고 할 때의 그 길이다. 그 선택이 옳지 않아 갈수록 좁아지는 길이 있다. 애로(隘路)라고 적는다. 종국에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곤경(困境)을 부르는 길이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진퇴유곡(進退維谷)의 경우를 부른다. 그래서 군사(軍事)에서는 가장 피하는 길이 애로다.
중국 러시아가 우리 영공을 버젓이 드나드는 지금의 이 형국은 뭘까. 길이 갈라지는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옳지 못한 선택을 하고 만 것일까. 애로의 음울함이 뇌리를 스치는 요즘이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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