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韓·日 갈등, 대화와 타협이 우선이다

입력 2019-07-25 18:05  

단교 상황에 몰린 한·일 관계
국민과 기업 피해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식 해법' 같은
정파적 이익 아닌 國益에 근거
이성적으로 대처해야

김인영 <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



한·일 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포토존 악수로 끝난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두 정상의 만남은 ‘정치적 단절’이 수출규제라는 ‘경제적 단교’로 이어질 것을 보여준 예고편이었다. 지난 19일 남관표 주일대사를 부른 자리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보여준 행태는 ‘외교적 단교’를 향한 수순이었다.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군사적 단교’도 가능함을 내비쳤다.

일본과의 정치적·경제적·외교적·군사적 단교라는 위기 상황에서조차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는 것 외에 정부의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원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에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결정된 화해·치유재단 해산 조치, 징용판결과 후속 진행 방치 등 일련의 반일·친중 행보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어떻든 문제 해결의 핵심은 1965년 한·일협정과 2012년 대법원 판결의 간극 해소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민족적 자존심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국채보상운동’을 언급하고, 조국 민정수석이 ‘죽창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의병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고 규정한 것이 그렇다. 하나같이 ‘보이콧 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경제전쟁으로 가자는 국민의 감정적 대응을 자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투쟁에 나서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진정한 승리로 보고 있다. 군사사상가 카를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란 다른 수단을 사용한 외교의 연속일 뿐”이라고 했다. 종합하면 전쟁이란 이길 수 있는 상대인지 먼저 살펴보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부딪쳐 싸우며, 싸우기보다는 외교적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충고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에 근거한 한·일 양자 ‘대화’와 국익에 따른 ‘타협’이 정답이다. 정부는 미국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이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미국의 양해와 동의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나라가 원하면 관여하겠지만,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한 언급에서도 나타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점은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해결’에 있다.

미국의 압박과 중재로 한국과 일본이 합의에 이른 최근의 결과가 박근혜 정부의 화해·치유재단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합의했어도 다음 정부가 국민 감정을 내세워 무산시켜버리면 합의는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일본은 이를 알기에 미국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협정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이 중재해도 한·일이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지난하고 긴 협상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미국의 중재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중재는 우리의 선제적 노력이 실패한 뒤에나 쓸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제3국 중재안이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소송도 있지만 결론까지는 오래 걸린다. 그동안 외교적 해결이 중단돼 국민과 기업이 상당 기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05년 노무현 정부식 해법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징용에 대한 개인청구권은 살아 있지만 1965년 협정에 따라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 즉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달러에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돼 있다’고 보고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옳고 빠르다. 과거 정부가 ‘보상과 배상’ 차원에서 받은 돈을 경제 발전에 사용했으니 역지사지(易地思之) 차원에서 정부가 실질적 배상을 맡고, 도의적 차원에서 해당 일본 기업이 재단을 세워 징용 피해자들을 위무(慰撫)하게 하는 방식이다.

분쟁은 당사자들이 합의하고 악수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우호관계를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해 소송이나 중재보다 당사자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익에 근거해 대처해야 하고, 국민은 이성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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