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벨트·반지 빼고 1~2시간마다 스트레칭…이코노미 증후군 탈출

입력 2019-07-26 09:23   수정 2019-07-28 13:01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장거리 비행 중 건강 관리법



[ 이지현 기자 ]
비행기 여행이 늘어나는 휴가철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여름 성수기인 다음달 18일까지 650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평균 20만9781명으로, 역대 성수기 중 가장 많은 수다. 비행기는 지상으로부터 6~11㎞ 정도 떨어진 상공을 비행한다. 고도 10㎞의 기압은 0.25기압 정도다. 산소량도 뚝 떨어진다.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비행기에는 내부 기압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다. 사람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0.8기압 정도로 유지한다. 하지만 지상보다 기압이 낮기 때문에 다양한 인체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오랜 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고 여행할 때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 공황장애나 심장 이상 등의 문제로 기내에서 응급 상황에 처하는 사람도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항공여행 중 생기기 쉬운 질환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사망 위험도 있는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비행기가 높이 올라가면 혈액이 운반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졸음, 어지러움, 피로감 등을 호소하게 된다. 이코노미 좌석은 다리를 구부린 채 비행시간 내내 앉아 있어야 한다. 산소량이 부족한 데다 혈액 순환까지 제대로 되지 않아 다리와 발에 피가 쏠려 붓고 저린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조익성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습도와 기압, 산소 농도가 낮은 기내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골반 정맥이 눌린다”며 “이때 하지정맥 혈관에서 혈액 일부가 굳고 혈전이 생겨 정맥 혈관을 막는 심부정맥 혈전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했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으로도 불린다. 비행기의 좁은 이코노미클래스석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들에게도 심부정맥 혈전증 합병증이 많이 생긴다. 피떡으로도 불리는 혈전이 이동해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하면 사망한다. 비행기 여행 6주 전부터 여행 직전까지 기간에 대퇴골 수술, 무릎 관절 수술 같은 큰 수술을 받았거나 이전에 심부정맥 혈전증이 있었던 환자는 고위험군이다. 암 환자, 임신부, 75세 이상 고령자, 경구피임약이나 에스트로겐이 든 약을 복용하는 사람, 비만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조 교수는 “이런 사람이 5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기에 탑승할 때는 복도 쪽 좌석에 앉아 1~2시간마다 일어나 걷거나 다리를 주무르는 것이 좋다”며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스트레칭, 맨손 체조 등을 반복하고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자극해 혈액 순환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행기를 탈 때는 느슨하고 편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반지와 벨트 등은 빼야 한다. 정맥류 치료를 받았던 환자라면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이 좋다. 물을 자주 마시면 혈액 순환에 도움된다. 몸속에 수분을 보충해줘 혈전이 생기는 것도 막아준다. 반면 커피와 술을 마시면 수분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혈전이 생기기 쉬운 고위험 환자는 주치의와 상담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항응고제를 처방받는 것도 도움된다.

호흡기 질환 위험 높은 기내 환경

기내에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호흡기 질환을 막는 데도 도움된다. 비행기 내부는 습도가 낮은 건조한 상태다. 기내 습도는 15~20% 정도다.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습도는 50~60%로, 이보다 상당히 건조한 환경이다. 코와 후두에는 미끌미끌한 점막이 있다. 점막은 외부에서 침투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인체를 보호한다. 점막이 건조해지면 외부 물질이 몸속으로 쉽게 들어온다. 호흡할 수 있는 산소량이 줄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을 호소할 위험이 있다. 신종욱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비행 전후 손을 씻고 기내에서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시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자가 비행기를 탈 때는 휴대용 산소발생기를 준비하고 필요할 때는 항공기 내 산소공급장치를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건조한 기내 공기 때문에 피부도 망가지기 쉽다. 비행기 창으로 들어오는 자외선은 지상보다 훨씬 강하다. 장시간 노출은 피하는 것이 좋다. 로션,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 등을 충분히 바르고 비행기 창은 닫아두는 것이 좋다. 안구건조증을 피하기 위해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야 한다.

기압성 중이염도 조심

비행기 이착륙 과정에서 생기는 기압 차이도 건강에 영향을 준다. 순간적으로 귀가 먹먹해지거나 심한 통증을 느끼는 기압성 중이염이 생기기 쉽다. 고도 차이 때문에 고막 안쪽 외이도와 중이강 공기압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점막이 충혈되거나 귀를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현기증, 이명, 난청 등도 흔한 증상이다. 기압차가 계속되면 중이 점막이 붓고 고막 안쪽으로 물이나 고름이 차는 삼출성 중이염이 생기기도 한다. 문석균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기압성 중이염 증상을 완화하려면 비행기 이착륙 시 물이나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하고 코와 입을 막고 숨을 내쉬는 방법 등이 도움된다”며 “무언가를 먹거나 삼키면 평소 닫혀 있던 이관이 자연스럽게 열리면서 기압차가 줄어든다”고 했다.

귀마개를 하는 것도 도움된다. 외이와 내이 압력이 조절돼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외부 소음을 차단해 귀가 받는 자극을 줄일 수 있다. 사탕을 먹거나 껌을 씹는 것도 도움된다. 문 교수는 “아이는 이관 길이가 짧아 비행기를 타면 중이염이 쉽게 생길 수 있다”며 “미리 병원을 찾아 중이염이나 감기 검사를 해 아이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착륙할 때 아이가 사탕을 빨게 하면 중이염이 생기는 것을 막는 데 도움된다.

공황장애 환자, 탑승 30분 전 약 복용

최근에는 공황장애 증상 때문에 비행기 탑승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폐쇄공포증, 비행공포증 등의 질환 때문에 불안,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행공포증, 공황장애, 폐쇄공포증이 있으면 탑승권을 발권할 때 복도나 탑승구 좌석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며 “공항 도착, 체크인, 탑승 등 모든 과정을 여유 있게 진행하고 마음을 잘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수시로 비행기 복도를 걸으며 스트레칭을 하고, 편안하고 행복했던 순간이나 장소 등을 떠올리면 도움된다. 여행 전에 병원을 찾아 비상약을 처방받은 뒤 탑승 30분 전에 미리 복용하는 것도 도움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조익성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신종욱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문석균 이비인후과 교수, 김선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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