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탈세를 했다는 고발을 접수한 검찰이 한 대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앤컴퍼니는 한 대표에 대한 고발 건 때문에 롯데카드 매각 거래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도 최종 탈락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고발에 검찰과 롯데그룹 등이 휘둘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한앤컴퍼니 등에 따르면 검찰은 KT 새노조가 지난 3월 한 대표 등을 조세범 처벌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 공모 등으로 고발한 건 전부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KT 새노조는 2016년 KT와 KT의 계열사인 나스미디어가 소셜미디어 마케팅 회사인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를 과도하게 비싼 값에 사들였다며 황창규 KT 회장과 한 대표 등 다섯 명을 배임 및 탈세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거래가격은 600억원이었는데, 엔서치컴퍼니의 ‘공정가치’는 176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노조 측 계산이었다.
KT 새노조는 이 과정에서 한 대표가 KT에 엔서치마케팅을 비싸게 팔아서 차익 424억원을 남긴 것이 ‘증여’에 해당한다며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실제 가치보다 비싼 값에 엔서치마케팅을 사들인 황 회장 등이 배임 혐의가 있다고 비난했다.
3월 고발 당시에도 인수합병(M&A) 업계에서는 노조 측의 계산법이 전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계산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조가 주장하는 엔서치마케팅의 공정가치라는 것은 상속 및 증여세법 에 따라 계산한 것으로, 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적용된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거래가격이 결정된 회사에 대해 상증법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의 어설픈 고발은 예상 밖의 나비효과를 낳았다. 당시 진행되고 있던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바뀐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3일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10일만에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새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롯데 관계자는 마켓인사이트에 “KT 노조의 한 대표 고발 건으로 대주주 변경 심사에 대한 지연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 대주주 적격 심사가 중단되는데, 롯데그룹은 금융사 보유에 관한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로 10월 중순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을 끝내야 하는 처지였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되자 M&A 업계에선 “(가격에서 밀려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더라도 다른 입찰자 대표를 어떻게든 형사고소하면 탈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이 확실한 건임에도 황 회장에 관한 정치적 고려로 사건을 조사하며 시간을 끈 것이 문제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앤컴퍼니 측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일각에서 제기한 주장 일체가 명백한 사실무근으로 입증되었으며, 이는 처음부터 예견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제3자간 M&A 거래에서 증여세법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고발이라는 점은 처음부터 업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던 사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카드 딜은 이미 MBK파트너스 등과 진행되고 있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기업결합 승인 심사도 이미 진행 중이다. 롯데 측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상은/이동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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