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보다 더 커지길"…네이버파이낸셜, 벌써부터 '금융공룡' 기대감

입력 2019-07-26 15:43  

네이버, '네이버페이' 분사해 신규법인 '네이버파이낸셜' 11월 출범
미래에셋, 5000억 이상 투자예정…핵심역량 융합해 테크핀 본격화




"자회사들이 더 커져 네이버가 잊혀지길 바랍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금융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사진)의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네이버보다 뛰어난 자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포털 공룡에 이은 '금융 공룡' 탄생 가능성이 점쳐진다.

네이버는 사내독립기업(CIC)인 네이버페이를 물적 분할 형태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신규 법인의 자본금은 50억원. 전략적 파트너 미래에셋이 이 법인에 5000억원 이상 투자하기로 했다. 임시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1일 출범한다.

네이버는 금융 사업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분사를 통해 금융 관련 라이선스를 보다 손쉽게 취득하고 규제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는 그간 사내 분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다. 2015년 웹툰 사업부를 '네이버 웹툰&웹소설' CIC로 전환했고, 이어 '네이버웹툰'이라는 자회사로 분사했다. 2016년에는 사진 애플리케이션 '스노우'를 분사했다. 이번엔 네이버페이를 떼어내 금융업 확장에 본격 나섰다.

CIC는 빠른 의사결정구조와 특정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다. 이후 사업성이 일정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서면 자회사로 분리한다. 대규모 투자금 유치도 수월해진다. 앞서 분사한 라인게임즈와 스노우도 분사 이후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았다. 네이버페이 분사와 함께 미래에셋의 투자금 5000억원을 유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부를 독립회사, 자회사로 키워 내보내는 네이버의 기업문화는 "네이버보다 자회사가 더 뛰어나길 바란다"는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란 평가다.

이해진 GIO는 지난달 한 심포지엄 대담에서 "네이버의 좋은 인재들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립회사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기쁨"이라며 "자회사들이 네이버보다 더 큰 기업이 돼 네이버는 잊히고, 그 회사들의 시작이 네이버였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네이버 역시 지난 19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1999년 분사된 회사다. 같은해 한국기술투자로부터 자본금 100억원을 유치해 사업을 키웠다.

금융투자업계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과 아성에 견줄 수 있는 자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벌써부터 포털 공룡을 뛰어넘는 금융 공룡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 3분기부터 예약-결제-포장으로 이어지는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선보인다. 현재 네이버 본사 인근 식당에서 현장결제 서비스 '테이블 오더'를 테스트 중이다.

네이버페이가 보유한 월 1000만 결제자가 강점으로 꼽힌다. 혁신기술로 금융을 선도하는 테크핀(TechFin)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신기술과 함께 사용자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대출, 보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기업공개(IPO) 계획까지 밝힌 만큼 앞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네이버파이낸셜 가치를 2조4400억원, 한화투자증권은 2조원으로 추정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의 분기 거래대금은 3조원을 넘는다. 생활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저력을 충분히 보유했다"며 "네이버페이의 시장 지배력과 테크핀 사업 성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금융 공룡의 탄생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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