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낙태·위장 결혼…막장 드라마 뺨 치는 불법청약

입력 2019-07-26 17:27   수정 2019-07-27 04:17

경기도서 부정당첨자 171명 적발
'로또 청약' 많아지면서 불법 기승



[ 안혜원 기자 ]
임신진단서 위조, 대리 산모로 허위 진단서 발급, 임신진단서 제출 후 낙태, 위장 결혼, 위장 전입….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다양한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를 도입하자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는 특별사법경찰 수사를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아파트에 당첨된 171명을 적발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부정 청약 수사 대상자 171명 가운데 169명은 임신진단서 위조, 대리 산모 허위 진단, 임신진단서 제출 후 낙태 등의 방법으로 당첨됐다. 3명은 주민등록을 위장 전입하거나 위장 결혼을 통해 부정 당첨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동산 브로커 A씨는 채팅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신혼부부에게 1200만원, 임산부에게 100만원을 주고 청약통장을 매수했다. 이후 신혼부부 아내의 신분증으로 허위 임신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특별공급 청약에 신청하기 위해서다. 그는 결국 청약에 당첨돼 이를 팔았고, 1억5000만원의 웃돈을 챙겼다.

또 다른 브로커 B씨는 청약자에게 500만원을 주고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허위 임신진단서를 작성한 뒤 당첨돼 프리미엄으로 1억5000만원을 남겼다. 현행 주택공급 규칙상 자녀 수를 산정할 때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임신 중’인 경우까지 자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정부의 분양가 누르기 덕에 새 아파트 분양가격이 낮아지면서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웃돈을 챙길 수 있어 나타난 현상이다. 수도권 청약을 준비하고 있는 양모씨(33)는 “청약을 위한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보니 불법인 줄 알면서도 위장 전입을 해볼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실제 주변에서 위장 전입으로 청약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동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아파트 분양에 대한 과도한 정부 개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이 짓는 공공주택은 청약 요건을 깐깐하게 하되 민영주택 청약은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기라는 의견이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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