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위한 점자를 이용한 스마트기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4년 영국업체 온폰은 세계 최초로 점자인식 전화기를 판매했고 인도의 크리야테는 점자를 인식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하지만 일반 스마트기기에 비해 무게가 무겁고 500만원을 웃도는 가격에 보급률은 낮은 편이다.
세계 최초로 점자 스마트 워치를 개발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닷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닷을 창업한 김주윤 대표는 대학시절 우연히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점자책을 접했다. 디지털 기기가 빠르게 초소형, 초경량화되는 상황에서 점자책은 여전히 크고 무거웠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점자기기가 개발 또는 수입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국내의 시각장애인 대상 시장이 너무 작고, 구매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였다.
2015년 4월, 시각장애인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IT기기를 만들겠다는 미션과 함께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3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닷이 세상에 내놓은 제품이 '닷 워치'(사진)다. 출시가는 35만 2000원. 56g 짜리 손목시계 사이즈로, 최초의 점자 웨어러블 기기다.
기존 점자단말기는 무게가 2~4kg에 이른다. 세라믹을 이용한 피에조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닷은 전자석을 이용한 '닷셀'을 개발했다. 크기와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닷은 저전력 전자석을 활용한 닷셀과 관련해 현재까지 국내외에 기술특허 총 91건이 출원 및 등록했다.
'닷 워치'는 점자를 아는 사람을 위한 '점자모드'와 점자를 몰라도 사용할 수 있는 '촉각모드'로 구분돼 있다. 점자모드는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다. 문자, 사회연결망서비스(SNS) 메신저, 알림 등의 정보를 점자로 읽어 준다. 촉각모드에서는 점의 개수를 세어 시간을 확인하고 타이머, 스톱워치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닷의 기술은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브라보 리스타트'에 선정된데 이어 SK텔레콤과 함께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닷워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시리즈A단계까지 총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현재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중이다.
조수영 기자/권오신 인턴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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