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과 개인이 주식시장 떠난다

입력 2019-07-30 16:14   수정 2019-07-30 16:16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시장이 급락하면 들어오던 저가 매수세조차 실종됐다. 자산운용사들은 밀려드는 펀드 환매를 버티지 못하고 ‘로스컷(손절매)’에 나서고 있다. 한국 증시가 ‘증시하락→로스컷→수익률 악화→환매요구’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가 매수세도 실종

30일 코스피지수는 2038.68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달들어 4.32% 하락하면서 전세계 주요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성과를 올렸다. 기관이 8473억원, 개인이 1조813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투자자가 홀로 2조808억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외국인이 대거 ‘팔자’에 나서면 기관과 개인이 받아내며 지수하락을 막아내던 과거 조정장과 달라진 모습이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최저치인 0.9배선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않는 분위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한국 증시의 나홀로 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며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해외증시로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증시가 올해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세계 주요국 증시가 순항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0.12% 하락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에 이달들어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손절매에 나선 투자자가 늘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거래규모도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조4000억원으로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학균 센터장은 “증시가 하락해도 받아줄 주체가 없어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믿었던 연기금마저…

과거 증시 ‘안전판’ 역할을 했던 연기금도 ‘팔자’에 가세해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연기금은 주로 시장이 급락할 때 매수에 나서 추가 하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달들어서는 299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시장에 충격을 키웠다.

연기금의 ‘변심’은 한국 주식의 수익률 악화가 핵심요인이다. 연기금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5월 말 기준 자산군별 수익률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은 2.27%로 금융부문 중 최하위였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은 16.31%, 해외채권은 11.07% 수익률을 올렸다. 연기금 입장에서는 가입자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라도 성장성 있는 자산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올해 말 18%에서 내년 17.3%로 감소하고 2024년에는 15%까지 줄어든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채권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주식형펀드 시장의 위축도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금융정보업에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액티브주식형 펀드에서는 1조6605억원이 빠져나갔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요즘 고객들은 ‘주식형’이라는 이름만 붙어도 상품을 외면한다”며 “채권형과 대체투자 상품으로만 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펀드환매가 이어지자 운용사들은 손실을 감수하면서 로스컷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로스컷이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악화되고 투자자들이 더 떠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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