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조식당' 증명하라는 공정위, 특허청 일도 하겠다는 건가

입력 2019-07-30 17:43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말 시행 예정인 ‘가맹사업거래상 허위·과장 정보 제공행위 등의 유형 지정고시’ 제정안이 논란을 빚고 있다. 가맹본사가 가맹점주나 창업 희망자에게 제공해선 안 되는 정보 유형을 세분화했다는 이번 고시는 ‘다른 사업자가 먼저 제조한 사실이 있음에도 최초 OO원조집이란 표현을 쓴 경우’ 등을 예시로 들었다. 공정위가 원가 공개에 이어 또 다른 규제로 사업자들을 들쑤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조’라는 표현을 쓰려면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고시를 어기면 본사 매출의 2% 또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원조 판단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진짜 원조가 어디인지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한 데다 원조란 표현이 거의 관용구나 마케팅 용어처럼 쓰이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널린 족발 보쌈 등의 식당만 봐도 ‘원조’란 말을 쓰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맛과 서비스를 따지는 소비자들에게 ‘원조’ 여부 자체는 더 이상 결정적인 선택기준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번 고시 제정안을 만든 곳은 현 정부 들어 공정위가 신설한 유통정책관실이다. 유통정책관실은 소상공인 보호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번 규제로 식당들이 간판을 다 바꿔야 한다면 소상공인 가맹점주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 게다가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가 무너지면 그 손실은 또 어찌하겠는가. 가뜩이나 ‘원가 공개’의 파장이 큰데 수많은 금지 사례를 담은 이번 고시까지 더해지면서 프랜차이즈란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위협받는 형국이다.

누가 진짜 원조인지 이해당사자 간 법적 다툼이 종종 일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일에 공정위까지 끼어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특허권 상표권 등의 분쟁이 생기면 특허청이나 법원에서 가리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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