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3대 거짓말 범죄로 꼽히는 사기·공갈, 위증, 무고가 유난히 많다. 지난해 경찰청에 접수된 사기 사건이 24만여 건에 이른다. 형사 사건 중 최다 범죄다. 인터넷 사기도 11만2000건으로 집계됐다. 보험사기 역시 지난해 적발된 금액만 8000억원에 가깝다.
인구가 1억2000만 명인 일본의 사기·공갈 사건은 연간 4만여 건에 불과하다. 사법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우리와 차이가 크다. 물론 거짓말하는 일본인도 많다. 엊그제 한 일본인은 한국 여행 중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트윗을 올렸다가 계정을 삭제했다. 일본 관방장관은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당시 “자위대가 긴급 발진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파장이 크다. 미국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5개월 동안에만 5276차례나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위증으로 덮으려다 낙마했다. 우리나라 정치권의 거짓과 속임수는 더욱 악명이 높다. 김대업의 ‘병풍 사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하멜 표류기》에 “조선인은 훔치고 거짓말하며 속이는 걸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아주 잘한 일로 여긴다”는 대목이 나온다. 억류된 데 대한 반감도 작용했겠지만 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단면이 씁쓸하다. 오죽하면 도산 안창호가 ‘민족개조론’에서 “우리 민족의 번영을 위해 힘쓸 첫 번째로 거짓말하는 습관을 없애야 한다”고 했을까.
사적인 영역에서 시작된 거짓말이 공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면 걷잡을 수 없는 비극이 초래된다. 히틀러는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쉽게 속는다”며 국가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어버이날 “선물 필요 없으니 살림에 보태 쓰라”는 부모의 말에는 눈물겨운 정이 담겨 있다. 그러나 작정하고 상대를 속이려는 악의적 거짓말에는 스스로를 겨누는 칼이 숨어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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