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용 클러치백 판매 급증
현대百 편집숍 가방매출 절반 차지
[ 안효주 기자 ] “루이비통 클러치에 달 만한 키링(열쇠고리) 추천 부탁요.” “클러치 사이즈 좀 골라주세요.”
쇼핑 중인 여성들의 대화가 아니다. 국내 최대 남성 패션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젤매니아’에서 오가는 말들이다.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97만 명의 회원이 빠르게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요즘 이곳에서 자주 언급되는 남성 패션 아이템은 ‘클러치백’. 이달 들어 디젤매니아에 올라온 클러치백 관련 게시글은 약 18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여 건)보다 80%나 늘었다. 백화점에서는 남성 클러치 판매가 늘고 있고, 없어서 못 파는 고가 제품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 ‘일수 가방’으로 불렸던 클러치백이 남성들의 ‘핫’한 패션아이템이 되고 있다.
옷차림에 신경쓰는 남성들의 ‘잇템’
클러치백은 일반 여성용 장지갑보다 조금 더 큰 가방이다. 어깨에 메는 끈이 없어 손에 쥐거나 옆구리에 끼고 다닌다. 휴대폰, 지갑, 얇은 책 한 권이 들어가는 용량이지만 패셔니스타들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인기가 수치로 나타난다. 현대백화점의 남성 패션 편집숍 폼 멘즈라운지에 따르면 남성용 가방 매출 중 클러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들어 49.5% 수준으로 올라왔다. 2017년 35.1%, 지난해 40.5%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과거 서류가방이나 백팩을 샀던 남성들이 클러치백을 찾고 있다”며 “클러치백 판매가 증가하면서 편집숍 전체 매출도 14% 이상 뛰었다”고 설명했다.
없어서 못 파는 고가의 클러치백도 있다. 루이비통의 ‘포쉐트’ 클러치백이 대표적이다. 이 모델은 2017년 출시 이후 전국 매장에서 품절 사태를 종종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쉐트 남성 클러치백은 각 매장에 한 번에 2~3개씩 들어오는데 그나마도 주말이 지나면 다 팔려나간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부담 낮추면서 명품 아이템 ‘겟’
남성 사이에서 클러치백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휴대성 때문이다. 남성들은 지갑과 자동차키 외에 무선 이어폰, 전자담배 같은 소형 휴대기기를 많이 갖고 다닌다. 이런 것들을 휴대하기 위해 클러치백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제품을 모두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옷맵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2~3년 새 패션과 미용 등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그루밍족’이 늘고 있는 것도 클러치백 인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명품 아이템을 살 수 있다는 것도 클러치백이 잘 팔리는 이유다. 같은 브랜드라도 클러치백은 백팩, 크로스백의 절반 가격이다. 보테가베네타가 지난 시즌 내놓은 남성용 ‘인트레치아토 위빙’ 클러치백은 비슷한 디자인의 남성용 토드백의 40% 수준이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밀레니얼세대, Z세대처럼 자기 자신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20~30대 사이에서 남성 클러치는 부담이 적은 명품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용 클러치백으로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와 모델로는 발렌시아가의 ‘로고클러치’, 생로랑의 ‘모노그램 클러치’, 펜디의 ‘블랙 파우치’ 등이 있다. 가죽 끈을 엮은 듯한 보테가베네타뿐 아니라 빨강 하양 검정 세 가지 원색 디자인이 특징인 톰브라운도 자주 언급되는 브랜드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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