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강두' 호날두에 뿔난 축구팬…관련 상품 불매 운동 '꿈틀'

입력 2019-07-31 11:33   수정 2019-07-31 13:58

일부 축구 팬들, 호날두 축구화 등 관련 제품 불매 운동 촉구
호날두 모델, 사업도 활발…식스패드, 속옷, 향수, 베이커리 등
"후속 조치 없으면 한국에서 광고 모델 활동 힘들 것"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이른바 '노쇼' 논란이 유통가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축구팬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호날두 관련 제품 불매 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아A의 명문팀 유벤투스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를 상대로 친선 경기를 가졌다. 문제는 이 경기에 호날두가 출전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호날두는 수 십만원에 달하는 티켓까지 완판시키면서 국내 축구 팬들을 설레게 했다. 하지만 경기 당일 45분 이상 출전을 해야 한다는 계약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근육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끝내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여 관중은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호날두는 이탈리아로 돌아간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트레이닝 영상을 올리며 "집에 돌아와 좋다"는 멘트를 남긴 것이다.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았다던 유벤투스의 해명이 무색해지는 모습이었다.

또한 지난 30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스페인 매체 '마르카'가 선정한 '레전드 상'을 받은 사진을 게시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내 축구 인생에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역시나 한국 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의도적으로 한국 팬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호날두의 한국팬 기만 행동이 계속 되자 결국 국내 팬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먼저 검사 출신 오석현 변호사는 경기 주최 측인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그리고 호날두를 사기죄로 고발했다. 오 변호사는 고발장에 "피해자들은 호날두가 출전한다는 광고를 믿고 비싼 가격의 티켓을 구매했다.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구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피해자들을 속여 60억원 상당의 금액을 편취했다"고 밝혔다.

다른 법률사무소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을 모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법률사무소 명안, 법무법인 오킴스가더페스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할 소송단을 모집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명안에만 현재 2000여 명이 넘는 참여자들이 모였다.


친선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는 날두가 포함된 수기 엔트리 명단과 호날두가 45분간 경기를 뛸 것이란 내용이 담긴 계약서 원문 일부분을 공개하며 "호날두가 출전하지 않은 거란 사실을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고발장을 접수받은 서울지방경찰청은 30일 호날두, 유벤투스, 더페스타에 대한 수사를 서울 수서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배당했다.

호날두의 '노쇼' 논란은 스폰서 등 유통가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유벤투스의 글로벌 메인 스폰서 '지프(JEEP)'는 경기 전 별도의 사이트를 개설하고 각종 SNS 이벤트를 통해 입장권과 유니폼을 증정하는 등 유벤투스 특수를 노렸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

호날두 관련 상품 불매 운동에 돌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26일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는 이원종씨(26)는 "현장 분위기는 뉴스에 나온 것보다 훨씬 안좋았다"며 "호날두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호날두 축구화는 물론 그가 쓰는 향수까지 해외 직구로 구해 쓰고 있었는데 이제는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람자 정슬기씨(27)는 "사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호날두가 한국에 온다고 해 직접 뛰는 모습이 궁금했다"며 "호날두 레플리카까지 10만원 넘게 주고 구매해 입고 갔는데 너무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한 축구 팬은 호날두가 광고했던 제품과 그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 정보를 공유하며 불매 운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이 축구 팬은 "축구화, 축구 게임 모델뿐만 아니라 호날두가 광고하는 품목이 생각보다 많다"며 "호날두는 호텔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유럽 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이 이 호텔을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호날두는 자신의 이니셜과 등번호인 'CR7'을 브랜드로 내걸고 각종 사업에 이용하고 있다. 2013년 시작한 속옷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자 2015년 CR7 향수를 출시했다. 호날두는 이 향수 론칭 행사에서 모델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홍보했다.

2016년에는 호텔 브랜드 '페스타나'와 합작해 자신의 고향 포르투갈 마데이라에 'CR7 호텔'을 열었다. 포르투갈에서 2개 지점으로 출발한 이 호텔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에 마드리드, 뉴욕, 마라케시에 오픈 예정이며 2021년에는 파리에서 CR7 호텔이 들어설 계획이다.

아울러 호날두는 자신이 오래 거주했던 스페인 마드리드에 모발이식 센터를 오픈했다. 영국 신문 '미러'는 호날두가 포르투갈의 한 모발이식 회사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고 이 사업을 위해 한화 약 12억7000만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용품, 패션과 숙박, 의료까지 손을 뻗은 호날두는 지난 3월 자신의 연인인 조지나와 함께 베이커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호날두 식스팩 기기'로 알려진 뷰티헬스디바이스 유통사 코리아테크는 더욱 난처한 상황이다. 호날두는 코리아테크가 국내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는 EMS(Electronic Muscle Stimulation) 기기인 '식스패드'의 공동 개발자이자 홍보 모델이다. 일본의 MTG가 2015년 글로벌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식스패드는 같은 해 코리아테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식스패드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호날두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론칭 2년 만에 3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코리아테크 관계자는 "아직까지 매출 변화는 없고 내부적으로 소비자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며 "호날두는 MTG사의 식스패드 글로벌 모델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계약에 관여하고 있지 않아 모델 기용 관련 건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장경로 성균관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축구선수는 그 선수의 경기력뿐만 아니라 경기장 외의 모습 등 스타성도 경제적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축구 열성 팬들은 '아이덴티피케이션·Identification'(선수와 자신을 동일한 것으로 보고 같이 인지하는 심리적 과정)'을 통해 선수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일로 호날두에 강한 아이덴티피케이션을 형성한 팬들은 브랜드 상품 구매에 분명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호날두는 경기력뿐만 아니라 근육질의 몸매에 철저한 자기 관리로 대중 호감도가 높은 인물이었다"며 "그를 닮고 싶어 하는 남성 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후속 조치가 없는 한 한국에서 그를 모델로 기용하려는 광고주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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