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영향 점검하고 대비책 논의
일각선 "늑장대응 아니냐" 비판
[ 정지은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오는 3일 주요 은행장을 긴급 소집해 일본 관련 리스크 대책 회의를 열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 금융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던 모습과는 다른 행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이날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주요 은행장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소집 시기는 토요일인 3일 오전 10시다.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것이란 예상을 감안한 조치다. 이날 회의에선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이 함께 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대비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금융보복이 일어나도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공동 대응하자는 당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늑장 대응이란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일본의 금융보복 리스크가 제기될 때마다 ‘기우’라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8일 “(일본계 자금) 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얼마든지 대체 조달원을 찾을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큰 우려는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18일엔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관련 당부’라는 참고자료를 통해 “일본 측이 금융분야 보복조치를 부과해도 그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시장에 불필요한 불안심리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그 사이 은행들은 일본 리스크를 모니터링하며 국내 기업의 피해에 대비한 금융지원 방안을 모색해왔다. 대다수 은행은 몇 주 전부터 관련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있다. 수출규제 품목의 수급이 어려워진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업종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발 빠르게 관련 상품을 내놓은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을 지원하는 기업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이들 기업의 부담이 커진 것을 감안했다.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엔 연 0.3%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동안 금융권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의 대응에 답답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주요 피해 예상업종에 대한 관리방안 등은 금융권 전체가 논의할 부분이 많다는 측면에서다. 너무 뒤늦게 토요일 소집령을 내렸다는 지적도 있다. 몇몇 은행장은 여름휴가 중이다. A은행장은 “당장은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도 대립 상황이 길어지면 국제적인 리스크가 생길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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